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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 구조

07/06/21 21:49(년/월/일 시:분)

*주의: 이 글에서는 마르크스의 '하부구조' 개념을 잘못 사용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Richard님 지적 감사합니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 광기의 역사 요약본을 보다 보니까, 이 사람이 역사를 구조적으로 해석하는데 마르크스(Marx)의 하부구조(Unterbau)를 이용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최근 들어서 광기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소 용인되는 것은 사회가 발전해서 그런게 아니라, 단순히 그들이 하부 구조를 형성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논리다. 후후, 매정한 분석이다.

"하부 구조"라고 하니까 어려운 말 같지만, 군대나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미 체득하고 있을 것이다. 회사를 예로 들면 맨 윗 사람들은 별로 일하는 것도 없이 밑에 사람들을 부려먹으면서 많은 돈을 벌고, 밑에 사람들은 맨날 야근하고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여기서 윗사람들을 상부 구조, 아랫 사람들을 하부 구조라고 한다.


하부 구조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하부 구조에 속한 사람들이 빈곤한 이유는 그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 자체가 그들을 빈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부 구조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그들의 부는 상부 구조로 갈 뿐이며, 그들은 쳇바퀴를 돌듯이 빈곤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그들은 생산자도 소비자도 되지 못한채 사회 구조적으로 빈민으로서 감금되는 것이다.

참 우울한 이야기다. 나는 어제 IT 업계의 야근 관행에 대한 불만의 글을 읽고 우울해졌다. 사실 나같은 개발자는 웹디자이너나 웹프로그래머보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IT 업계의 상부 구조인 편인데도, 그 안에서조차 다시 상부 구조와 하부 구조로 나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웠다. 나도 졸업하면 저렇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고.

http://eslife.tistory.com/151
병역특례와 IT맨의 사직서 글을 읽고

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024
"IT 개발자 야근을 없애주세요" 서명운동

나는 맨날 야근을 시키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사회적인 감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IT 업계에서도 삼성의 악명이 높은데, 일단 연봉은 높지만 들어가면 개인적인 시간이 하나도 없이 계속 일만 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5~10년 정도 밑바닥에서 구르고 나면, 세상 물정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모른채 삼성의 하부구조로 감금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이 "한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하는 것도, 요즘 유능한 인재들이 자기 밑으로 들어와서 하부 구조를 형성할 줄 모르고 겁도 없이 벤처 기업이니 뭐니 해서 자꾸 상부 구조로 편입되려고 하는 상황을 두고 말한 것이다. 하부구조를 형성할 사람이 없으면, 상부구조도 마찬가지로 무너진다. 그래서 윗사람들은 어떻게든 뛰어난 아랫사람들을 끌여들여 자신의 하부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천재와 광인은 털끝차이라고 하면서, 기존에는 퇴짜를 놓던 아웃사이더도 요즘에는 다소 입사를 시키는 편이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 김태호 PD도 MBC 입사 때 염색하고 피어싱하고 면접에 갔다고 한다. MBC 사장은 "특이해서 뽑았다"고 했고, 실제로 무한도전은 광기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MBC 오락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먹여 살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18&article_id=0000484685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 - 방송사 면접 때도 피어싱에 염색머리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요즘에는 그만큼 아랫사람이 궁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광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소 완화된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거나 발전해서 그런게 아니라, 단순히 상부구조가 그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그랬을 뿐이라고 미셸 푸코는 설명한다. 정말 매정한 분석이지 않아? 우리 사회가 발전이 없다니.


그래서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기존에 상부구조를 형성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하부구조가 붕괴되면서 어떻게든 자기 밑으로 사람들을 끌여들여 예전처럼 감금시키려고 하고, 밑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감금에서 벗어나서 다른 상부구조로 편입되려고 한다. 마치 수건돌리기 게임처럼, 의자 뺏기 게임처럼,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밑에 두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를 잘 나타낸 것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Sony Playstation) 광고다. 칸(Canne) 국제광고제 2004년 그랑프리(Grand Prix)를 받기도 했던 이 광고는, 사람들이 서로 쌓여서 산을 이루고, 그 산의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스펙터클하게 그리고 있다. 결론은, 온라인 게임에도 하부 구조는 있다는 얘기겠지.


http://youtube.com/watch?v=9scdSGR37JE
Playstation - Mountain

http://www.duncans.tv/2005/playstation-2
Playstation 2 Mountain

이와 똑같은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서로를 짓밟고 짓밟히며 다들 어딘가 끊임없이 높은 기둥으로 올라가는데, 정작 맨 위로 올라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 기둥은 애벌레로 만들어진 것 뿐이었다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책이다.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폴러스

이 책도 참 그림책 답지 않게 마르크스의 사상을 잘 담고 있어서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었지. 그래서 결론은 상부구조, 하부구조 만들 생각 말고 요즘으로 치면 블루 오션을 찾자 정도가 되려나? 애벌레들끼리 싸우지 말고 나비가 되자는 건데, 나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나비들 사이에도 그런 구조는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단 말이야. 물론 그게 애벌레와 같은 기둥 형태는 아니겠지만,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형태로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테니까. 블루 오션은 환상이야. 말만 그럴듯한 거지.


하여간 요즘에는 위 책과 같이, 애벌레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고자 하는 것처럼, 한국의 지긋지긋한 IT업계 관행을 벗어나서 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은 같은 개발자라도 한국에 비해 연봉이 쎈 편이며, 한국처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 환경이나 대우도 나은 편이다. 나도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http://blog.daum.net/moveon21/5589211
세계의 노동환경 4편 - 싱가폴
야근은 경제의 동력이 아니라 병폐일뿐이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식의 구조는 세상 어디를 가도 똑같이 존재할 거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보다 다소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게 될지는 몰라도, 그 나라에 가서도 그들의 하부 구조로 편입되는 것은 똑같다. 살아보면 알겠지만, 처음에는 좀 나은 것 같다가도 나중에는 똑같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그런건 어딜 가나 존재한다. 한국 IT 개발자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꿈을 가지고 건너온 중국 조선족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분명히 그들의 삶은 본국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알잖아. 그런 삶도 충분히 고통스럽다는 걸.

http://high.kr/169
한국 경제성장 이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바로 그 소위 3D업종의 노동분야에서 부터 힘든 노동을 기피하는 한국인들 대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중략) 사실 작금의 세태는 옛날 어려웠던 시기의 한국인 노동자들이 겪던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한 잉여 가치 착취를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싼값을 주고 대신 시키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여기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히스패닉(Hispanic)이 엄청 많다. 애초에 여기가 멕시코 땅이었기도 했고, 라틴 아메리카보다는 미국이 좀 낫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건너와서, 현재는 캘리포니아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일은 뭔가? 기껏해야 화장실 청소, 잔디깎기, 페인트 칠, 장판 교체, 배관공, 24시간 패스트푸드 점 알바 등 주로 허드렛일이다. 결국 여기 와서도 하부 구조를 형성할 뿐이지. 그들이 하부 구조를 형성해준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이 공짜로 상부 구조로 올라탈 수 있게 되었다.

중동의 예를 들자.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UAE 두바이 등 산유국이 엄청나게 부유해졌다. 그래서 특히 인도 등의 후진국에서 산유국에 건너와서 가정부, 요리사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허드렛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인도 사람이나, 히스패닉이나, 중국 조선족이나, 동남아 노동자들이 그 나라로 가서 해 준게 뭔가? 그들 덕분에 기존 사람들이 더욱 상부 구조로 올라가고, 그런 이주민들로 인해 하부 구조만 더욱 탄탄해졌을 뿐이다. 나는 이것이 현대판 식민지, 신 제국주의라고 본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이민을 했겠지만, 결국 그들도 이용당하는 건 다름이 없다.


잠시 미국의 역사를 보자. 미국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 유럽에서 청교도들이 건너왔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도 흉년을 피해서 대거 건너왔고, 중국에서도 건너왔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건너왔다. 그래서 새로 건너온 사람들은 여지없이 기존 정착민들의 하부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하부구조를 필요로 했고, 또 다른 하부구조를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고 해서 현재의 미국이 된 것이다.

이런 피라미드 구조로 인해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맨 처음에 건너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건너오면 건너올수록 이득이다. 하부 구조가 탄탄해질수록, 그들의 높은 지위 또한 더욱 탄탄해질 테니까. 그래서 나는 미국을 거대한 탕(Melting pot)이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전혀 녹지를 않았어, 섞이지도 않았고.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지금도 흑인과 백인이 결혼하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길거리를 봐도, 흑인은 흑인끼리, 백인은 백인끼리만 어울린다. 노예 해방이 된지 100년이 훨씬 넘었고, 이제는 평등해질 때도 넘었는데, 이런 피라미드 형의 사회 구조는 아직도 견고하기만 하다. 건너마을 브라질만 해도 서로 잘 섞여서 결혼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아니 오히려 경제 대국일수록 이런 구조가 훨씬 견고하다니까.

그러므로 혹시라도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분이라면, 너무 경제적으로 건실한 나라는 피하기를 바란다. 단순히 하부구조가 싫어서 상부구조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라면, 나는 후진국으로 이민가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결론. 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마 상부구조에 속하는 것이 하부구조에 속하는 것보다 낫기는 하겠지만,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하부구조이기 때문에, 상부구조에 속하고 싶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하부 구조가 상부 구조를 사회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중에 운이 좋게 상부구조가 된다면, 그때 가서 하부 구조에게 미움을 받아 끌어내려지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리드를 해야겠지. 이게 현재 내 결론인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기 때문에 좀 더 나은 결론을 계속 찾아봐야겠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705

  • Richard 07/06/21 22:26  덧글 수정/삭제
    맑스의 개념을 오해하고 계십니다.
    http://100.naver.com/100.nhn?docid=184940
    • xacdo 07/06/21 22:34  수정/삭제
      헛 그러고보니 이 글에서 언급한 하부구조는 하부구조가 아니라 프롤레타리아가 되겠군요.
  • ㅇㅅㅇㄷ 07/06/22 00:42  덧글 수정/삭제
    하부구조 개념을 작도님 오리지널로 보고 읽으면 크게 문제 없어 보이는데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slife 07/06/22 01:58  덧글 수정/삭제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장문의 글 잘 봤습니다.
    마지막 결부에 적으신 글중에..
    "그러므로 내가 나중에 운이 좋게 상부구조가 된다면, 그때 가서 하부 구조에게 미움을 받아 끌어내려지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며 미움받지 않도록 리드를 해야겠지"

    이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상부에 올라도 더 높은 상부만 보이지 하부가 보이진 않거든요..
  • 황진사 07/06/22 03:32  덧글 수정/삭제
    이부분이 틀렸다고 봄.
    ..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하부구조이기 때문에, (X)
    ..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상부구조였다.
    가끔 하부구조들이 움직일때도 있었지만 그건 인류 역사에 극히 드문일로 역사가들은 그런 특이한 현상을 '혁명'이라고 표현하지. 그리고 인간의 역사상 혁명은 1.사회에 하부구조의 메세지를 남기고, 2.하부구조를 이끌던 극소수 혹은 그로인해 파생이익을 보게된 특수계층만 상부구조에 편입시키고, 3.타겟이 되는 극소수의 상부구조만을 사태 종결을 위해 희생시키고... 끝내 사회 전반적으로 실패하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리고 상부구조,하부구조가 아니라 노골적으로 지배,피지배계층...이 맞겠지-_-)
  • ㅋㅋㅋ 07/11/08 03:49  덧글 수정/삭제
    운이좋아 상부구조인건 상속에 의한것입니다.
    상하간의 이동이 자유롭다면 그걸 구조라고 하지 않아야 정당합니다. 구조가 아니라 분포죠...
    다시 말해서 하부구조에 애정을 가진자는 상부구조로 오를 수 없습니다. 얼마나 착취를 잘해서 위쪽에 잘보이느냐가 포인트.
    이걸 배우세요.. 잘해주는척 등치는 세련된 방법..
  • 맑스 09/08/21 03:47  덧글 수정/삭제
    Karl Marx의 상부구조는 정신적인것(철학 예술 문화 종교) 하부구조는 물질 (돈)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독일 이데올로기 읽어보면 나와요..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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