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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 해변의 여인 (2006)

07/01/24 05:10(년/월/일 시:분)


나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지만, 자주 보지는 않는다. 내게 홍상수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초기 영화만큼이나 보기에 고통스럽다. 내 속을 다 헤집어 놓는 것 같애. 상당히 자극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고어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정말 자극적이야.

이번에 해변의 여인을 볼때도 몇번이나 가슴이 아파서 쉬었다 보고 그랬다. 분명히 웃긴 장면인데도 그 안에 숨은 날카로운 까칠함이 내 속을 박박 긁어놓는 것 같아서. 나도 좀 그런 위선이라던가 결함 같은 게 많은 인간이거든. 아 맞아 나도 저러는데! 하면서 박장대소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나란 인간에 대해서 회의가 들거든.

하여간에 굉장히 까칠한 감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그것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 솜씨는 정말 대단하다. 고현정도 나왔으니까 좀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겠지 하고 어림짐작은 하지 마시길. 홍상수는 여전히 하드코어 하다.

http://leegy.egloos.com/2535254
해변의 여인 (2006) ★★★★★
깨닳은 결론. 이제는 극장도 아무 극장에나 가서 영화를 볼게 아니라 좀 골라가면서 봐야 할 것 같다는 것. 특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영화들은 동네 멀티플렉스보다는 집에서 멀더라도 씨네큐브나 스폰지 하우스, 씨네콰논같은 아트하우스(?)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겠다는 것. 사실 어쩔때는 집에서 조용히 혼자 dvd로 보는게 더 나을때도 있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1001&article_id=41170
홍상수 감독 인터뷰
나는 늙는 게 좋다. 몸이 변해가는 게 좋다. 눈에 노안이 오고, 이런 게 재밌다. 나는 의도를 못 믿으니까. 하지만 몸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확실한 게 없는 삶에서 늙으면서 오는 신체 변화는 확실하지 않은가. 어릴 때 신 김치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갓 담근 김치가 맛있어졌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닌데, 확실한 변화가 생긴 거다. 이런 게 재밌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43579
정성일: 올해의 영화는 뭐라고 생각하나.
김소영: <망종>.
허문영: <해변의 여인>.
정성일: 나도 <해변의 여인>이다.
정성일: 자명한 건 동시대 감독 중에서 홍상수가 삶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웃음) 유일한 감독이라는 거다. 블랑쇼는 “모던한 삶의 특징은 피곤함”이라고 하지 않았나. <해변의 여인>을 보면 홍상수 감독이 한국영화에서 유일하게 모던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극장전>이 굉장했기 때문에 이번엔 좀 쉬어갈 줄 알았다. 실제로 영화 전반부만 볼 때는 쉬어간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고, 중래가 통곡을 하자,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홍 감독은 가까스로 자신이 만들어낸 구도를 부수고, 그 안에서 삶의 피곤함을 끌어안고 있었다.
허문영: 홍상수 영화는 끝내 서사를 버리지 않고 버텨낸다는 게 굉장히 파워풀한 것 같다. 영화에 드러나는 세계관만 보면 그의 영화는 어느 순간 서사를 중단하고 회화의 한 면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런 절박한 순간에서도 끝내 서사를 중단하지 않고 완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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