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서클
xacdo
1979년, 영국의 어느 밀밭. '데이빗'과 '도우'라는 호기심 많은 농부가 있었다. 그들은 나스카 지상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 그림이 간단한 기술 만으로 쉽게 그릴 수 있다는데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네 밀밭에도 같은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일은 예상보다 쉬웠다. 밤에는 밑밭에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들킬 염려도 없었다. 넓은 밀밭에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데는 두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둘은 여러 개의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은 가십거리 만들기 좋아하는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두 농부는 수백개의 미스테리 서클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모양부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늘어서, 도저히 인간이 그릴 수 있을 거라고 믿기 힘들만큼 복잡한 그림까지 그릴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비에 젖은 밀밭에서 미스테리 서클을 만들었는데, 밀이 비에 촉촉하게 젖어서 휘어진 채로 계속 자랐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미스테리 서클은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터무니 없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든 것은 꺽여서 죽어버리는데, 외계인이 만든 것은 휘어져도 계속 자란다는 것이다.
두 농부는 싫증을 느껴 미스테리 서클을 그만 두었다. 그런데도 미스테리 서클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만들어졌다. 미스테리 서클에는 무슨 알 수 없는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미스테리 서클을 돈 받고 보여주는 사람도 나타났다. 온갖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졌고, 두 농부는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피해가 끼칠까 두려워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가 벌어졌다. 육군 항공의 도움까지 받아서 관측하고,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로 감시했다. 두 농부는 처벌이 두려워, 언론에 자신들이 했다고 폭로했다. 방송에서 그들은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미스테리 서클을 어떻게 만들었나 그 수법을 낱낱이 밝혔다. 수법은 생각보다 쉽고 간단했다. 불과 두시간 만에 복잡한 미스테리 서클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이 한 거라고 믿지 않았다. 방송만 욕을 먹었다. 심지어는 정부에서 감시한 카메라에도 UFO가 미스테리 서클을 만드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두 농부는 억울했다.
억울한 기분으로 방송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두 농부는 어느 밀밭에서 누군가 미스테리 서클을 만드는 광경을 목격했다. 화가 나서 따지려고 가 봤더니, 외계인이 자신들이 했던 수법 그대로 미스테리 서클을 만들고 있었다. 한 점을 꼭지점으로 해서 끈으로 판자를 묶어 발로 꾹꾹 밀을 누르고 있었다. 외계인은 사람이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공중에 세워 놓았던 UFO를 타고 도망쳤다. 두 농부는 어이가 없어서 UFO가 날아간 자리를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2005년 7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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