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7/29 22:54(년/월/일 시:분)
스포일링을 조금 하자면 이 영화는 끝까지 범인을 못 잡는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도 끝내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지 못하고 풀어준다. 심지어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인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이런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꼭 마지막에 범인을 잡아서 죽여야 속이 시원한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 괴물이 개봉했길래 기념으로, 또 다들 봉테일 봉테일 하길래 궁금해서 봤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 치밀함은 상업영화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면 지금이 2006년이라 관객의 눈이 높아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A급의 치밀함보다는 이것저것 마구 던져주고 관객에게 알아서 생각하게 만드는 B급의 풍성함으로 보이는데. 전체 흐름에서 빠져도 될 자잘한 것까지 괜히 한번씩 짚어주고 넘어가는 건 A급 영화의 정서는 아니지.
그리고 이 영화의 균형잡힌 시선이 참 마음에 든다.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서 범인으로 둔갑시키는 강력계 형사를 무작정 나쁘게만 볼 수 없도록 장치한 것은 대단하지. 쉽사리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건 박찬욱 감독 같애. 뭐 세상일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 정말로 현실세계에서도 끝내 잡히지 않은 진짜 범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와 대단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범인이 자수를 할 리가 없지만, 최소한 이 영화를 보기라도 하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램이 이 영화를 마이너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만큼 대중예술에 필요한 것도 없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