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4/10 13:41(년/월/일 시:분)
영화는 대단히 평범하다. 범작이랄까, 평작이랄까. 딱히 특별한 건 없고, 그저 만화를 읽은 사람들에게 그 만화를 실제 영상으로 보여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나의 원작 만화는 대단히 뛰어나다. 일본 만화에 잘 훈련된 독자들을 대상으로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최고급 순정만화다. 길쭉길쭉하고 화려한 미형의 캐릭터, 잘 흘러가다가 순간 숨을 멈추게 하는 정적인 묘사, 상업적으로 잘 계산된 캐릭터와 그들의 상관관계 등, 아는 사람이 보면 확 눈에 들어오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그런 요소들을 시기 적절하게 잘 배치하고 안배한 만화가 '나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기에는 더 까다롭다. 9등신 10등신에 비쩍 말랐으면서도 의외로 조각같은 몸을 가지고 있는 순정만화풍의 남자 캐릭터를 어떻게 실제 배우로 대치할 것이며, 출판물 특유의 숨을 멈추게 하는 정적인 묘사를 끊임없이 흘러가는 영상물에서 어떻게 소화할 것이며, 철처히 잡지 연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간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2시간만에 끝을 봐야 하는 영화에서 소화해낼 것인가.
|
NANA starring MIKA NAKASHIMA |
하긴, 만화를 영화화 한건 제대로 성공한 케이스를 못 봤다. 애초에 하나는 출판물이고 하나는 영상물이고. 완전히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욱이 올드 보이를 만들듯이 완전히 뜯어 고쳐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는 이상, 만화의 안이한 영화화는 죽도 밥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이 영화처럼 그냥 노멀하게 중간이라도 가는 기획이 어찌 보면 다행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뛰어난 만화를 그저 평범한 영화로 만들어버린 건, 원작 만화의 팬으로서 실망스럽다. 하긴 애초에 이 영화는 "이렇게 만들면 재밌겠다"고 기획한 게 아니라, "이렇게 만들면 팔리겠다"고 기획한 거니까 별 수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원작 만화의 팬이 아니라면 더욱 재미가 없을 것이다.
약간의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냉정과 열정 사이" 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그건 완전 이탈리아 영상집이었으니.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tinggom/40017064216
http://blog.naver.com/ghi6120/120021601276
카룸 나나 코스
http://blog.naver.com/7942mail/4001764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