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출판
11/05/22 02:44(년/월/일 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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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일기' 역자후기
실종일기는 아즈마 히데오 본인이 실제로 가출을 했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인기 만화가에 결혼까지 해놓고, 잔뜩 마감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렸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무척 괴롭고 우울한 얘기일수도 있을텐데, 이걸 개그만화 톤으로 잘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이 사람은 정말 천부적인 스토리텔러인지, 아마도 콘티도 짜지 않고 손 가는 대로 그리는 스타일일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마치 이말년 만화를 보는 것처럼 스토리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아마도 일단 펜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별 다른 고민 없이 한 화를 마쳐버릴 것 같다.
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단점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어 기제가 부족했던 것 같다. 너무 일이 많으면 적당한 선에서 짜르거나, 차라리 펑크를 내던가, 아니면 토가시처럼 휴재를 하란 말이야. 그걸 못 견디고 그냥 훌쩍 떠나버리거나 술에 의존해버리면 어떡해.
일단은 경험담이다보니 무척 사실적이고 세밀한 부분까지 구구절절하게 감정이입이 되는데, 특히 환청, 환각에 시달리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물론 경험한 적이 없지만 실제로 경험한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정신과에서 해당 컷만 잘라서 도안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
그리고 자기 얘긴데도 마치 다른 사람 얘기를 하듯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묘사를 하는 것이 이상했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마음 어딘가가 고장나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긴 그랬으니 그랬겠지만.
이 분이 나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만화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 만화로 처음 접한지라 옛날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 만화는 확실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만화가처럼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분들은 이 만화가처럼 자살을 시도하거나 가출하거나 술에 의존하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마시고,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을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풀어가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지인에게 상담을 하기도 하고,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대체했나 조사도 해보고,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하면서, 가장 최선의 답을 찾아서 계획을 세우고 찬찬히 조금씩 실행해 나가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