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09/01/11 02:01(년/월/일 시:분)
윤상이 하도 앨범을 안 내서 굳이 들으러 갔다.
키워드는 세심함, 세련됨, 나이듬.
역시 윤상의 꼼꼼하고 소심한 성격 답게
콘서트는 꽤 긴 편이었고, 준비도 정말 많이 했더라.
세션 뮤지션 분들도 다들 엄청난 분들만 모셔와서
때로는 카시오페아, 티스퀘어, 사카모토 류이치 공연을 방불케 할 만큼
무척이나 세련되고 완숙한 연주를 보여줬다.
사운드 엔지니어링도 이미 세계적으로 비교할 자가 없는 뛰어난 수준이고.
하지만 윤상도 벌써 마흔이다 보니
악 폐활량이 너무 부족해. 빠른 노래에선 어김없이
숨이 턱까지 찼나요....
심지어는 그 흔한 코러스도 없었으니
윤상은 정말로 보컬에 관심이 없나보다.
그렇다고 윤상에게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내 생각에 윤상의 특기는
전 세계의 온갖 신기한 소리들을 미디 프로그래밍으로 세련되게 조합하는 능력인데.
지난번 motet 앨범 발매 무산도 그렇고
상업적인 상황이 항상 윤상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라디오 DJ, 쇼프로 출연, 아이돌 그룹 프로듀싱 등 현실과 타협을 해보지만
남의 음악은 잘 만들어주는데 정작 자기 음악은 뜻대로 잘 안 되고.
그래도 세심하고 성실한 성격 탓인지 공부는 잘 되는 것 같더라.
이러다가 윤상 교수님 되겠어.
그리고 마지막에 앵콜에서는
윤상은 별로 공연 경험이 없구나 새삼 느꼈고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서 감탄했다.
마지막 노래에서 윤상이 우는 바람에 참 앵콜하기 미안하고 맥빠졌는데
게다가 첫번째 앵콜이 너무 확 끝나버려서 어리둥절한 관객들은 두번째 앵콜을 요청했고
난 정말로 나올 줄 몰랐는데 윤상이 두번째 앵콜을 나와버렸다 -_-;;;
준비가 안 된게 당연했고
얼떨결에 앵콜을 받아서 다시 나온 것 같은데
이게 밴드도 아니고
다들 세션을 데려왔으니, 준비가 없으면 한 곡도 못하는 상황.
하지만 실력은 다들 뛰어나니 즉흥 잼으로 갔는데.
다들 내버려둬도 알아서 다들 연주를 잘 했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세션들이 열심히 즉흥으로 10분이고 20분이고 하려는 분위기를 윤상이 가혹하게 끊고 세션들을 퇴장시켰다. -_-;;;
그리고는 조용히 피아노치고 무대 닫음.
썰렁~
보통은 세션들이랑 코러스들이랑 다 같이 나와서
손 잡고 단체로 감사합니다! 환호받고 끝내면 딱 좋은데.
쩝쩝...
나중에 라이브 앨범이나 나오면 사서 들어야지. 이거야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