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10/31 03:51(년/월/일 시:분)
JTBC 말하는대로에서 손아람 작가가 했던 발언에 대해 의견을 붙이고자 한다.
연애하기 어려운 사회! 그 해결책은 남자끼리 연애를...♥(?)
http://tvcast.naver.com/v/1140844
먼저 JTBC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여성주의 이슈를 남성의 입장에서 가져다 쓴 것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온라인 화제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주의를 오프라인으로 끌고 오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 이런 용감한 시도는 매우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남성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성주의가 남성에게도 효용이 있다는 측면을 강조한 것은 조금 무리가 있었다고 본다. 그것은 나는 전략적인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이것저것 다 따져보면 전체적으로는 여성주의가 남성에게 해가 된다.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의 대결에서 여성이 자리를 더 차지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처럼 흑인, 히스패닉, 여성등의 소수자에게 더 많은 자리를 마련해주는 조치의 경우, 백인, 남성 등의 다수자는 솔직히 역차별을 받는다.
남성의 입장에서 손해가 가는데도 여성주의를 옹호하는 이유는, 효용 때문이 아니라 당위 때문이다. 그래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다. 여성을 차별하면 안되니까, 남성으로서 손해를 감수하고 여성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측면 등의 거시적인 면으로는 이런저런 효용을 따질 수 있겠지만, 고용, 학업 등의 미시적인 면에서는 남성은 여성주의를 효용으로 옹호할 수가 없다.
당장 내가 회사에서 진급을 해야 하는데, 여성들에게 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남성인 내가 진급에 누락이 되면 어떡하겠는가? 그걸 대의의 차원에서 순순히 받아들일 남자들이 얼마나 될까? 설령 관리자 앞에서는 그런 결정을 받아들이는 척 하더라도 뒤에 가서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까?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남성으로서의 효용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품위, 신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남성 우월적인 혜택을 포기하고 옳은 주장을 수용하는 것이다. 더 나은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나의 현재를 잠시 죽이는 것이다. 남자로서의 선점적인 위치를 활용해 악해질 수도 있지만, 인간적인 선의로 그러지 않는 것이다. 설령 본 뜻은 안 그렇더라도, 적어도 위선이라도 행하는 것이다.
물론 여성주의가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부분적으로만 맞고 전체적으로는 틀린 주장을 전략적으로 용인하는 이유가 있다. 여성주의에 반대하는 누군가와 시시비비를 놓고 토론을 할 때, 또는 여성주의 시위를 하는데 반대세력이 말싸움을 걸 때, 당황해서 정확한 논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임시변통으로 쓰기 위해 이런 전략적 거짓말을 한시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그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고 정신을 추스를 수 있도록, 방어적인 전략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공격을 당하는 급박한 상황도 아닌데 굳이 이런 주장을 할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연 같은 상황이라면, 잘 따져보면 논리적 헛점이 있는 이런 주장을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손아람 작가가 JTBC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남자로서 이런 여성주의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손아람 작가와 같은 용감한 분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물꼬를 터 주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만 온라인에 올라오는 여성주의 관련 발언들을 인용할 때는 약간만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진실과 진실처럼 보이는 전략적 거짓말이 많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모두 선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구별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바라보면 이 비슷해보이는 둘의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이번처럼 훌륭한 발언을 계속하시기를 기대한다.
* 이 글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 페미니즘 대신 여성주의로 표기했습니다. 물론 같은 말입니다.
* 아래는 여성주의에서 남성의 역할에 대한 트윗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