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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유무역의 오해와 자본주의의 비사)

10/01/03 08:58(년/월/일 시:분)

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설 연휴를 이용해 읽었다.

뭐랄까 장하준 교수의 베스트 앨범?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주장했던 바들을 읽기 쉽게 차곡차곡 정리해서 몰아서 읽는 느낌이었다. 이전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느낌은 그랬다.

나는 서울대 나와서 케임브릿지 대학에 있으면서 영어로 책을 냈길래, 아 이제는 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한국말이 서툰가보다, 혹은 한국어로 쓴 다음에 영어로 번역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독자를 위해 처음부터 영어로 썼나 싶었다. 하여간 그래도 한국 출신인데 영어로 쓰는 걸 보고 이젠 한국과는 멀어진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에 약력만 보고 느낀 점이었고, 책에서는 누가 뭐래도 한국을 보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식의 애국도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유능한 사람이 외국에 살면서 외국에서 한국에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 것도 참 흥미로웠다.

이런걸 금지도서로 묶다니 참... 이것도 애국인데.


책에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캐릭터를 제시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자들이다. 부자 나라들에 유리하고 가난한 나라들에 불리한 주장을 편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자들을 나쁜 캐릭터로 만들어놓으니까 이야기가 편리해진다. 그리고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있는만큼 '좋은' 사마리아인들도 있겠지. 대비하기도 편리해서 이야기가 쉽게 쉽게 흘러가네.


요약하자면 이렇다. 부자 나라들이 자기들만 먹고 살자고 가난한 나라들에 불리한 정책을 강요하는데, 이것은 부자 나라들이 과거 성장동력을 가난한 나라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이기적인 정책이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개선하는 길을 차단한다.

하지만 부자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이 함께 성장할 방법도 있고, 과거에 이랬던 역사도 있으므로, 우리는 이렇게 성장하자. 쉬운 길은 아니지만 올바른 길을 가자.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하나의 키워드가 생각났다. 이해관계자(stakeholders). 자신에게 해가 되면 올바른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문다. 자신에게 득이 되면 어떻게든 논리를 세워서 말을 만들어낸다. 그런 논리, 이론, 결국에는 말이 큰 힘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므로 그런 주장, 이론, 논리, 말을 들을 때는 그 자체의 논리적 정당성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어떤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이 이론이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해가 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론을 무기로 경제적 공격을 할 때 방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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