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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와 절망적인 미래에 대응하는 법

13/08/04 22:59(년/월/일 시:분)

설국열차도 꽤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테러 라이브는 더욱 절망적이었다. 실낱같은 희망 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 미래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보고 나서 정말 우울해졌다.

현실에 문제의식이 있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에게 그런 힘이 있지도 않다. 심한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이런 정서를 두 영화는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 티벳의 달라이 라마는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다. 중국에 자치권을 요구하며 비폭력 시위를 했는데, 중국은 비폭력에 폭력으로 화답했고, 전세계인들이 관심은 가졌으나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제로 개입하지는 않았다. 결국 많은 승려들이 죽었고, 달라이 라마는 위대한 지도자였지만 간디처럼 세상을 바꿀 실질적인 힘은 없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34&aid=0001956032
(2008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유혈 진압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면서도 "비폭력주의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렇다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확 전부 죽여버리는 것이 답일까? 아니면 이 답답한 세계의 문을 열고 훨씬 가혹하지만 자유로운 새 세계로 나가는 것이 답일까?

나는 강용석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도박 끝에 모든 것을 다 잃은 강용석은 지금도 정치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복귀 시점을 2020년 이후로 잡고 있다. 지금은 조금도 희망이 보이지 않고, 이번 정권이 아니라 다음 정권까지 가도 과연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강렬한 욕망과 의지로 시간을 벌고 있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308100026
임재민의 ‘유쾌한 직설’ ① ‘새옹지마’ 강용석
...무소속으로는 출마할 생각이 없으며, 정치복귀 시점은 2020년 이후로 기획중

강용석은 썰전에서 문제인이 정치적 욕망이 없어서 문제라고 했다. 선거 막바지로 가면 지지율이나 선거공학보다도 결국에는 인간 대 인간의 야망, 욕망, 의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자의 것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강용석 스스로에게 하는 위안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의지라는 말에 동의한다.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마선생은 비록 교육의 방향성도 내 생각과 다르고, 세세한 디테일에서도 투박하고 거친 면이 많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말로 잘 되기를 바라는 강한 의지가 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토요일, 5차 촛불집회에 나갔다. 서울광장에서는 화이트 컨슈머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촛불집회는 가까운 청계광장에서 열렸는데, 거기서도 또 이미 중고책 나누기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그 좁은 청계광장을 반으로 나누어 행사를 해야 했다.

사람이 지나가기도 벅찰 정도로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모여들었다. 날씨는 그래도 비는 안 왔지만 오다 그쳐서 정말 습하고 덥고 불쾌한 날씨였다. 그래도 기어코 꾸역꾸역 모여드는 것은 나름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놈의 촛불을 든다고 해서 세상이 얼마나 바뀌겠나. 촛불 든다고 국정원 조사를 제대로 하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그러겠나. 그보다는 답답한 마음에 나와서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가지는 거지. 별로 힘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울분을 토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우리에게 힘이 없다. 미래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미래지만 그 동안 무엇이라도 하며 시간을 벌며 강용석처럼 강한 욕망을 가지고 먼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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