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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완료되지 않는 파일을 완료하기 위하여

06/04/28 22:50(년/월/일 시:분)

어느날은 프루나에서 아무 생각없이 야동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파일을 발견했다.

문윤희 실제 정사씬 (야동 포르노 사까시 한국 노모 몰카 무삭제).avi

아니 문윤희라면, 아역배우로 떠서 이제 막 풋풋한 여인의 색기가 돌기 시작하는 귀여운 이미지의 배우 아니야! 나는 사실 문윤희를 매우 좋아해서, 문윤희가 나오는 광고는 하나도 빠짐없이 컴퓨터에 저장해놓고, 자기 전마다 한번씩,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씩, 밥을 챙겨먹듯 꼬박꼬박 챙겨보며 갈 곳 없는 흐뭇한 미소를 모니터에 날렸던 구제불능의 광팬이었던 것이다.

그런 문윤희의 실제 정사신이 인터넷에 뜨다니! 야동은 커녕 노출씬 한번 없던 그녀였다. 나는 일단 기존의 귀엽고 깜찍하고, 남자라는 동물은 통 모르는 순결한 세계에 있을것만 같던 문윤희의 이미지를 안타깝게도 와장창 깨트린 후, 팬으로서보다 남자로서의 본능이 앞서는 것을 느끼며 동영상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다, 여러분도 P2P를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문윤희 야동은 쉽사리 완료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이 파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100%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다들 부분 부분 조각난 파일만을 가지고, 누군가 완전한 파일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가짜 파일 아니야? 나는 궁금함을 못 이기고 동영상을 미리보기 했다. 이것은 현재까지 받은 부분만 보는 기능으로, 컴퓨터를 매우 느리게 하고, 파일에 따라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불확실한 기능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부분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모텔 같은 곳에서 문윤희가 속옷을 벗을랑 말랑 하는 장면까지 조악한 화질로 담겨 있었던 것이다.

동영상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잘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이 파일은 진짜다"고 믿을 수 있었다. 아무리 반복해서 봐도 진짜였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시커먼 남자 비슷한 물체가, 속옷 차림의, 약간 추워보이는, 약간 걱정스러워도 보이는, 그리고 약간 겁에 질린듯한 표정으로도 보이는. 우리의 귀엽고 깜찍한 문윤희 양의 어깨에 손을 올리다니 이 나쁜, 아니 부러운 녀석!!! 하악 하악 헉 헉 헉.

흥분해봤자 소용없다. 그래봤자 파일은 완료되지 않으니까.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록 컴퓨터를 24시간 켜놓고 파일이 완료되기를 기다려봤지만, 파일은 결코 완료되지 않았다. 고작 1메가도 안 되는 부분을 남겨놓은 채, 그 결정적인 부분만을 남겨놓은채 파일은 끝끝내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프루나에서 쪽지가 날라왔다.

NextMan: 문윤희 동영상 찾으시죠?

P2P에서 쪽지로 말을 걸어오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나는 뭔가 인터넷 사기 같은 것일까 의심하면서도, 혹시라도 문윤희 동영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xacdo: 그런데요?
나는 답변이 오기를 조마조마하며 한참을 기다렸다. 15분이 지나서야 대화가 시작됐다.

NextMan: 문윤희 동영상이 진짜 있다고 믿으시나요?
xacdo: 제가 미리보기로 봤는데 진짜 같던데요.

NextMan: 그 이전에, 이 파일은 애초에 영원히 완료되지 않는 파일일수도 있죠.
xacdo: 하지만 처음 프루나에 파일을 올릴때는 100% 완벽한 파일이었을 거 아니에요.

NextMan: .... 역시.
NextMan: 그렇다면 과연 처음 프루나에 문윤희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분명히 그 사람은 프루나에서 사람들이 문윤희 동영상을 조각조각 받아가기를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부분만 남겨놓고 오프라인으로 사라진게 아닐까요? 애가 타도록 말이죠.
NextMan: 그렇다면 그 사람을 역추적하면 원본 파일을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프루나 서버를 해킹해서 관련 기록을 모조리 뒤져봤습니다.
NextMan: xacdo님께 말을 건 것도, 문윤희 동영상에 가장 오래 접속을 한 사용자였기 때문이죠. 벌써 3달째라니, 대단하십니다.

나는 약간 불쾌했다.
xacdo: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NextMan: ...xacdo님은 완전체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군요. 좋습니다.
xacdo: ....

NextMan: 저는 그 사람의 IP를 알아냈습니다. 문윤희 동영상을 처음 올린 사람의 IP를 말이죠.

뭐, 뭐야 이거.

NextMan: 함께 찾으러 가시겠습니까?


만약 그때, NextMan의 제의를 거절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어느새 NextMan의 꾀임에 걸려들고 말았다. IP의 실제 주소를 알기 위해 하나로통신 서버까지 해킹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어코 그 녀석의 집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화요일 오전, 우리는 그 녀석이 사는 집 앞에서 만났다. NextMan은 예상보다 평범한 외모였다. 도저히, 문윤희 동영상 하나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외모였다. 이 녀석이나 그 녀석이나 다들 문윤희에 미쳤구나 생각하니 약간 아찔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거지?

NextMan은 그 녀석 집에 사람이 있는지 한참을 확인한 뒤, 미리 준비해 온 도구로 창문을 따고 들어갔다. 우리는 극도로 긴장한 속에 그 녀석의 컴퓨터를 찾았다. 컴퓨터에는 아무런 암호가 걸려있지 않았다. 나는 문윤희*.avi 로 검색했다.

문윤희 실제 정사씬 (야동 포르노 사까시 한국 노모 몰카 무삭제).avi

아악! 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NextMan이 재빠르게 내 입을 틀어막았으나, 내가 보기엔 그가 더 놀랐던 것 같다. 정말로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서둘러 USB 메모리에 동영상을 담았다. 그리고 모든 흔적을 지우고 집을 빠져나왔다.

우리는 극도로 흥분했다. 안전한 곳에서 노트북에 USB 메모리를 꼽고 동영상을 확인해봤다. 기껏해야 3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 그 가운데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을 확인했다. 아니 이럴수가.

원본에도 문윤희가 벗는 장면은 없었다. 이 파일은 애초에 Fake였던 것이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마지막 1메가에는 큼직한 자막으로 "속았지? ㅋㅋㅋ" 라고 들어 있었다.

NextMan은 하마터면 나에게 주먹을 휘두를 뻔 했다. 나는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왔다. 즉 이것은 애초에 있지도 않은 노출씬을 교묘한 편집으로 마치 벗을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있지도 않은 문윤희의 벗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개고생을 한 것이었다.

한참을 좌절한 후에, 그래도 우리의 문윤희양이 이런 몰카의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일단 감사하며, 우리는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릴지 말지를 고민했다.

NextMan: ...역시. 안 뿌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xacdo: 아니 그러면, 또 수많은 사람들이 문윤희 동영상에 낚일 거 아니에요?

NextMan: 그래도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보세요. 얼마나 좌절하고 있어요?
xacdo: .....

결국 우리는 그 자리에서 USB 메모리를 파기했다. 문윤희 동영상의 진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집에 돌아와보니 여전히 프루나에서 문윤희 동영상을 다운받고 있었다. 5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완료되지 않는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홧김에 다운로드를 취소하려다가, 이상하게 그 파일이 소중하게 보였다.

나는 마우스를 멈추고 파일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문윤희 실제 정사씬 야동 포르노 사까시 한국 노모 몰카 무삭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단어로 가득한 파일명이었다. 나는 이 하나를 받기 위해 지난 5개월간 컴퓨터를 잠시도 끄지 않고, 재부팅도 하지 않고 버텨왔던 것이다.

나는 이 파일을 지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완료되지 않는 채로 영원히 가지고 있고 싶었다. 그 녀석의 가짜 파일 덕분에 생긴 인터넷의 영원한 파일에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이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달라붙어 꿈과 희망을 다운받아 가고 있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3

  • Cokeholik 06/04/28 23:04  덧글 수정/삭제
    재미있네요
    그런데

    ..분명히 모텔 같은 곳에서 <문근영>이 라고,

    수정이 덜된건가요? ^^;
    • xacdo 06/04/28 23:19  수정/삭제
      아악 보지 마세요! 문근영이 모델인 걸 들켜버렸잖아요 ㅠㅠ
  • xacdo3 06/04/30 10:43  덧글 수정/삭제
    푸하하하하하
  • shaind 06/05/12 23:49  덧글 수정/삭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d2k 들은 그런 점에서 악명높죠.
    • xacdo 06/05/13 11:20  수정/삭제
      이 작품에서는 메인 서버에 기록이 남는 것 때문에 프루나를 언급했지만, 저는 emule을 씁니다. ed2k는 많은 단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kademila와 함께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P2P죠.
  • 하하저두당했져... 07/03/24 20:21  덧글 수정/삭제
    저두당했여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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