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출판
17/01/30 02:56(년/월/일 시:분)
1권의 내용이 이제 막 연변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겪는 이런 저런 일들이었다면, 2권은 국경절 연휴를 맞이해서 동료 교수들과 인근 지역의 고구려 유적을 탐방하는 내용이었다.
연휴에 고구려 유적을 둘러보는 것도 적당한 휴식으로 즐길만 한데, 도올 김용옥은 그런 휴식조차도 기어코 책 한 권을 사진으로 빼곡히 채울 정도의 강행군을 하고야 말았다. 같이 가신 교수님들이야 이게 연휴에 무슨 생고생이었겠냐만은, 책을 보는 입장에선 사진도 많고 해서 즐겁긴 했다.
그러면서 이 산만한 유물 답사기를 하나로 뭉쳐주기 위한 논리로 은근 슬쩍 끼워넣은 내용이 "고구려 패러다임"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중국 동북 지역이 고구려, 발해 등이 지배했던 역사가 있고, 우리 민족들도 아직까지 동북 지역에서 살고 있으니, 역사적으로 볼때 동북 지역도 크게 보면 고구려의 땅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 한국 사람들이 너무 좁게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근데 그러면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는 중국이 한국과 영토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이 "고구려 패러다임"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한정하긴 한다. 사학자들이 동북 지역의 유물을 연구할 때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도구로 활용하라는 거지, 지금 당장 중국에게 동북 지역을 돌려달라는 논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아주 강하게 비난하는데, 왜냐하면 동북공정으로 과거 고구려, 발해 등의 한국 색깔이 지나치게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중요성 또한 중국 기준으로 매겨져서, 한국에게 중요한 유물들은 방치되어 쓰러져가고 있다. 이런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나는 그래서 도올 김용옥이 무조건적으로 중국을 옹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진핑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하지만, 동북공정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천하의 시진핑 앞이어도 도올 김용옥이라면 입바른 소리를 꼭 하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개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 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어엿한 한국의 역사적 유물에 중국색을 덧칠하는 것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도올 김용옥의 주장이 얼마나 말이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뜻 듣기에도 고구려 패러다임은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용도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