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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가타카 GATTACA (1997) - 유전적 한계

06/08/03 16:06(년/월/일 시:분)

표지 한번 촌스럽다. 1997년작이라는 걸 감안해도.
우마 서먼이 대문짝만하게 나왔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하는 일이라곤 남자 주인공이랑 키스하고 자고 결국 진짜로 결혼까지 해서, 킬빌이 나오는데 7년이나 걸리게 한 것밖에 없다.

의외로 A급 영화였다. 전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론을 펼치는 헐리우드 영화였다. 난 별로 안 유명한 영화길래 당연히 B급일줄 알았더니. 다시 말해 박찬욱 감독이 별로 안 좋아할만한 스타일이다.

영화의 결론은, 타고난 유전자보다 자신의 의지로 노력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아주 교과서적인 결론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본 여러분도 나를 못나게 낳은 엄마 아빠 탓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 교육용으로 써도 좋을듯.

영화는 잘 만들었고 별로 할 얘기도 없으니까 내 얘기나 하자. 나의 생각은 인간은 유전적 한계를 포함한 여러 가지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쪽이다. 비유하자면 가게를 차리는데 입지조건 이랄까. 장사가 안 될만한 자리에 가게를 차리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돈을 잘 벌수 없다. 하물며 가장 뛰어난 인간만 뽑는 우주인은 오죽하랴. 열심히 노력하면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주인은 다르다. 아니 워렌 버핏도 그런 투자는 안 해. 좀 비싸도 좋으니까 될만한 기업에 투자해야 돈을 벌지, 아무리 싸게 사도 안될 기업은 안 되니까.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심장이 안 좋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키도 훤칠하고 일단 잘 생겼고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고 다 좋다. 그에게 부족한건 오로지 유전자 뿐이었고 그러니까 우주인도 되고 그런거지. 그의 짝으로 나오는 우마 서먼도 우성인자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발산하는듯한 시원시원한 미국형 금발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말이 되는 거지. 보통은 아니잖아.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것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랬으면 좋겠다는, 그래서 그래야 한다는 일종의 가정이다.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애초부터 극복할 수 없는 인간 쓰레기로 태어나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유전적 한계를 과학 기술로 극복하여 완벽한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아무 문제도 없을까? 동성애 유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연구 결과,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과 다른 유전자를 타고 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치자.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동성애 유전자를 제거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동성애가 사라질까? 그럴리가 없잖아! 인간의 DNA가 담을 수 있는 유전자 정보는 고작 2만~4만여개로, 데이터 용량으로 따지면 컴퓨터 그림 파일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들어가봤자 뭐가 얼마나 들어가겠나. 그래서 2001년에 인간 게놈 지도가 99% 완성이 되었는데도 우리가 꿈꾸던 신세계가 찾아오지 않은 것이다. 유전자가 예상만큼 큰 일을 하는게 아니었고, 완벽한 유전자를 가졌든 못난 유전자를 가졌든 그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론도 올바르다.

하지만 조금 논지를 확대해서, 타고난 재능이나 소질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여러분이 2008년에 한국에서 쏘아올릴 우주인을 선발하는 담당자라고 생각해보자.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100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겠는가, 아니면 꾸준한 노력가 타입이라서 50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겠는가? 영화와 달리 이 둘에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실제로 그렇잖아. 유전자를 떠나서 생각해도 선천적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말이지, 안되면 되게 하라! 하면 된다! 열심히 노력해라! 이런 것 보다, 뭐 안되면 안되나 보지. 아니면 말고. 그러려니. 이런게 좋아. 그래서 이 영화가 참 잘 만들었는데도 막연히 싫어. 아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때 달래줄 이런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다 해봤는데도 안될때 이런 영화가 그 슬픔을 달래줄 수는 없잖아. 나는 그 슬픔이, 좌절이, 아픔이, 한계를 극복하고 성취하는 것보다 보다 보편적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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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진사 06/08/03 19:46  덧글 수정/삭제
    난 막판에 빈센트가 우주선 타고 올라갈때 심장 박동이.. 띠,,,띠,,,,띠,,,,, 띠이------- 하면서 서서히 멈추는 엔딩이었으면.. 하고 바라고있었는데-_-; 그랬음 더 아름다웠을거 같은데..ㅎㅎ
    • xacdo 06/08/04 01:30  수정/삭제
      푸하하하
      시계 태엽 오렌지 생각나는 결말이네.
  • 황진사 06/08/03 19:57  덧글 수정/삭제
    아 또 한마디 (참견쟁이라고 생각하는거 다 알고있어.ㅋ) 학교에서 문화비교 클래스에서.. 언제 하루 동성애 보호에 관해서 토론이 있었는데.. 애들 주류 의견이 동성애는 선천적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쪽으로 가더라고.. 뭐 인정하는건 나도 동감하는데 선천적? 유전적요인? 잠깐.. 일어나서 한마디 한게.. "동성애가 선천적이면 대체 2세 재생산이 불가능한 동성애자들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저절로 사라져야 당연한게 아니었을까?" (사실은 '멸종'이라는 민감한 표현을 썼다) 라고 던졌는데.. ... 그 뒤로 토론이 주제를 벗어나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성애를 인정하되 그들은 선천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전제하고 있더라구.
    • xacdo 06/08/04 01:30  수정/삭제
      진화론의 관점에서 번식에 도움이 안 되는 동성애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난 일종의 증상이라고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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