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이해
07/01/25 02:19(년/월/일 시:분)
요즘 배우는 영어회화 교재에서 내가 제일 어려운 부분이,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을 구분하는 거다. 이건 영어라서 어려운 게 아니라, 한국어로 해도 어려운 문제다. 여러분도 조금만 풀어보자.
주제: 인공 지능
1. 우리의 지식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공 지능이 과연 개발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2. 지능이 동작하는 몇몇 과정이 밝혀졌다.
3. 이렇게 지금까지 인공 지능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4. IBM의 수퍼 컴퓨터 "딥 블루"는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꺽었다.
5. 인공지능은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환상일 뿐이다.
6. 인간은 대체로 무언가를 매우 효율적으로 동작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려고 한다.
정답:
1. 의견 - 지식의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공 지능이 개발될 수도 있다.
2. 사실 - 그런 과정이 실제로 밝혀졌다.
3. 의견 -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4. 사실 - 딥 블루는 실제로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다.
5. 의견 - 인공지능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6. 사실 - 그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정말 어렵지 않은가? 안 그래도 내가 컴퓨터 공학도라서 이런 문제에 민감한 편인데, 이걸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회화 수업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하니 더 어려울 수 밖에.
이 앞에 나왔던 지문의 내용은 이렇다. 현재까지는 인공 지능이 영화에서 보는 수준까지 개발되지는 못했고, 현재의 기술을 기반으로는 더 발전할 가능성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면 1번 같은 인공지능에 대해 비관적인 문장이 사실 같아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글의 의견일 뿐이며, 결코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글에서 말하는 바를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되고, 그게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차가운 이성을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문장에 단 1%라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설령 1%가 아니라 0.1%, 0.01%, 0.000000......1%라도 사실이 아닌 것이 섞여 있다면, 그것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사실은 어디까지나 100% 순수한 것이다.
그런데 또 문제는 6번 같은 건데, 여기서는 대체로(usually)라는 모호한 단어가 있다. 이것은 특정한 사건을 가리키기보다는 어떤 대략적인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러면 또 문제가 복잡해진다.
다시 6번을 보자. 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대체로 그러는 편이다. 그런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이건 사실인가? 사실이다. 이런 통계적인 사실까지도 사실로 간주한다.
즉 말을 애매하고 모호하게 할 수록 사실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명확하고 분명하게 할 수록 사실에서 멀어진다.
초점을 풀고 흐릿하게 볼 수록 정확하게 보인다는 모순.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시력이 떨어지나보다.
자, 하는 김에 조금만 더 풀어보자. 이번에는 다 맞출 수 있겠지?
주제: 수렵 채집인(Hunter-Gatherer)
7. 수렵 채집인은 그들이 가진 것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먹고 살아야 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 재빠르고 창조적으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적응력이 반드시 뛰어나야 한다.
8. 프랑스에는 수렵 채집인이 만 오천년 전에 그린 동굴 벽화가 있다.
9. 현대의 문화와는 달리, 수렵 채집인의 문화는 각 분야별로 전문화가 거의 되지 않았다.
10. 요즘에도, 결과보다 과정이 중시되는 곳에서는, 고대 문명의 긍정적인 부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11. 요즘에는 수렵 채집인이 전 세계적으로 거의 남아있지 않다.
7. 사실 - 그것이 수렵 채집인의 보편적인 특징이다.
8. 사실 - 실제로 있다.
9. 사실 - 실제로 그렇다.
10. 의견 - 꼭 그럴 필요는 없다.
11. 사실 - 실제로 일부 유목민, 에스키모들이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