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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장염

07/06/26 16:58(년/월/일 시:분)

나는 밍숭맹숭하고 심심한 맛을 좋아하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위장이 나빠서 그렇게 된게 아닐까 싶다. 한국인이면서 매운 것도 잘 못 먹고, 짭짤하거나 향이 강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다 보니, 여기서 "너 한국인 맞냐" 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쩝, 원래 위장이 약한 걸 어떡해.

하도 이상해서 미국 오기 직전에 내시경으로 온 몸을 훑었는데, 검사결과 그 흔한 용종 하나 없이 깨끗했다. 즉 나의 문제는 순전히 심리적인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산과 장액이 과다 분비되고 구역질이 나고 장기가 위축되기 때문에 위장이 손상을 받는 것이었다.

군대 있을때도 다들 하는 구보만 1km 정도 해도 구역질이 났고, 유격 때도 힘들어서 설사를 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2학년때 불량한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나의 증상은 구역질과 설사였다. 애인에게 차였을 때도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었지.

특히 나의 생활습관이 나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장이 위축되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묽은 변이 나오는데, 이럴때 나는 기운을 되찾기 위해서 엄청 먹어댄다. 그러면 장은 안 그래도 상태가 나빠서 좀 쉬어줘야 하는데 헤비한 음식물이 넘어오니, 견디지 못하고 초록색 장액을 잔뜩 뿜어대다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초록색 묽은 변을 보면서 "아, 또 1주일은 고생하겠구나" 하는 거지.

이때 나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두번째 코스가 있으니, 설사약(지사제)을 먹는 것이다. 우리 집이 약국이라서 약을 흔하게 구할 수 있다보니, 나는 아무 생각없이 설사가 나면 설사약을 먹는다. 그러면 일단 증상은 멈추지만, 그렇다고 장이 나은 건 아니잖아. 이때 나는 심하게 갈증을 느끼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나는 콜라 1.5리터를 혼자 마실 수 있다), 그래봤자 장이 뻗었으니까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설사약을 먹는데도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이것이 2차 코스다.

이쯤되면 나는 "장"이 아프다는 것을 국소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물만 먹어도 배가 아프고, 배속에서 꾸르륵 꾸르륵 소리가 날 때마다 따가운 감각이 느껴진다. 이럴 때 시험기간이 겹치면 아주 금상첨화다. 나는 몸이 아파도 공부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박카스를 몇 병씩 마시면서 잔뜩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을 새고 나면, 안그래도 악화된 위장은 거의 사망상태에 이른다.

...와, 이렇게 정리해보니 나도 참 바보다.


아니 이렇게 고생할거면, 처음부터 음식을 조금 먹고, 설사약을 먹지 않고, 다소 휴식을 취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바보같이 그랬는지 몰라.

실은 어제도 룸메이트(roommate)랑 로스트(Lost)를 보는데, 설사가 나는 거야. 그런데 나는 로스트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보고 싶어서, 설사약을 먹고 계속 봤거든. 음료수랑 과자랑 잔뜩 먹으면서. 그랬더니 오늘 장염에 걸렸다.

아 고통스러워.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711

  • 민트 07/06/27 14:31  덧글 수정/삭제
    허.. 전 별명이 강철위장ㄱ-인데(친한친구가 위장탈이 잘나서 붙여줌;;)요즘은 위액이 좀 불규칙하게 분비되는 것 같아요. 어떤때는 소화 잘되다 안되다.. 그래도 위장탈은 잘 안나는데 대신 몇년전에 어깨를 삐고 물리치료를 받다 그만둬서 요즘엔 허리가 아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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