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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2002)

07/06/29 05:28(년/월/일 시:분)


문득 사람이 소화기에 맞아 죽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봤다.

칸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심사위원들이 밤을 새워 꼬박 영화를 몰아보는 바람에 비몽사몽인 와중에, 어떤 영화가 계속 카메라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별다른 내용도 없이 지루한 화면을 계속 질질 끄는 거야. 그래서 잠깐 졸다가 뭔가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깨어보니 사람이 소화기에 맞아 죽고 있고, 또 한참 지루하다가 잠깐 깨보면 예쁜 여자가 강간당하고 있고, 그래서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어서 열심히 보려고 해보지만 그 이후로는 별다른 내용도 없이 행복하게 끝나버린다.

그래서 심사위원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긴 봤으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야만 하는데,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고 몇몇 충격적인 장면밖에 기억나지 않으니 이리저리 둘러대다가 화제가 된 게 아닐까.

사실 이 영화는 별 내용이 없다. 그저 충격적인 결과를 뜬금없이 미리 던져놓은 후, 왜 사람들이 그런 미친 지경까지 이르렀는지를 차근차근 과거로 거슬러가면서 보여주는 것. 그래서 맨 마지막에는 제일 행복했던 과거를 보여주면서, 난데없이 "시간은 모든 것을 망가트린다"라는 아주 비관적인 문장으로 끝을 낸다.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 두 연인의 행복했던 과거를 보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여자는 좀 있으면 강간당할 거고, 남자는 복수한답시고 소화기로 사람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JSA에서 맨 처음에 남한과 북한 병사들이 서로 죽일 거라는 결말을 먼저 보여주면, 그 후에 아무리 그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도 우리는 가슴을 졸이면서 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영화는 참 재미가 없는데, 보고나면 이상하게 다시 보고 싶고 이런저런 말을 주절거리에 되는 신기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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