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cdo
http://xacdo.net

마엘과 함께 01/10 - 마엘과 함께
마엘과 함께

01. 마엘과 함께


때는 서기 2029년.

세명의 젊은이가 길을 걷고 있었다.
왼쪽에서부터 작도, 하늘, 카이 세명이다.

“으아~ 배고프고 돈도없고 힘들어 죽겠다.”
일행 중 가장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의 작도 아저씨가 말했다.

“안되겠다. 다음 마을에서 아르바이트 뛰자.”
샛노란 색으로 탈색한 단발머리의 여가수 하늘이 말했다.

“찬성하오.”
날카로운 눈매 샤프한 인상의 소년 카이가 말했다.

“야, 너 방금 ‘하오’라고 했냐. 그 30년 전에 유행했던 하오체를 지금 개그라고 한거냐.”
“너 15살밖에 안된다며.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15 살 이다 지구 온 후로 세는 나이.”
카이는 자칭 토성인이다. 15년 전 연구목적으로 지구에 날아왔다고 한다.

“나는 하오체 안다. 너 무시한다 토성의 지구 과학 수준!"
“야, 토성에도 지구과학이 있대. 나 그거 고등학교때 배웠는데.”
“그래? 난 화학.”

카이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들과 여행한지 오래 되었지만, 카이는 아직까지도 토성인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토성 최고의 지구과학자라는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된다. 아아, 나는 지난 15년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던 것인가…

“카이, 삐졌어?”
하늘이 카이의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말했다.

하늘은 ‘그러면 안돼’는 표정을 짓더니 ‘이제 괜찮아?’는 표정을 짓고 고양이처럼 뺨을 슥슥 문댔다. 카이의 표정은 금방 풀어졌다.
카이에게 하늘은 현지처였다. 고향에 두고 온 마누라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구를 사랑하는 과학자로서 이렇게 젊고 싱싱한 육체를 그냥 두는 건 죄악이라는 생각에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 미안한 생각에 오른쪽 팔 옆을 내려다보았더니, 영문도 모른채 하늘이 씨익 웃어준다. 카이도 미소로 응답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작도는 아주 속이 뒤틀렸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맨날 저렇게 찰싹 달라붙어 지내는 꼴이라니. 내심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고. 보다못한 작도는 콧방귀를 뀌며 못본체 시선을 돌렸다.
애써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오우 이게 왠 떡이야.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야! 이것봐! 아르바이트 광고야!”

- 아르바이트 모집 -
이웃나라로 사람 배달해주실 분. 전사 우대. 완료시 3천만원 즉시 지불.

“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긴 하는데.”
“어찌됬건 보수는 짭짤하군.”
“할만하겠다.”
“찬성하오.”
재밌냐?응? 재밌냐?응? 재밌냐?응? 재밌냐?응? +_+ =3

* * * * *

찾아간 곳에는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문패에는 ‘이스’라고 적혀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스 라엘’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작도’입니다. 옆에는 ‘하늘’, ‘카이’라고, 제 (웬수같은) 동료들입니다.”
“아 그러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기 죄송하지만, 잠시 화장실에 좀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네. 저 쪽으로 가시면 있습니다.”
귀족 집안답게 깍듯한 대우를 받은 터라 왠지 불편한 작도였다.
저 아저씨는 내가 화장실 가는데 기다리지도 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자식 마엘이라구요, ‘이스 마엘’입니다. 얘가 말썽이라서요. 하하하…”
웃음소리는 넓은 응접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저희 이스 가문에는 옛부터 전해지는 풍습이 있습니다. 7살부터 10살까지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로 성을 바꿔서 가르치는 건데요. 이렇게 해서 상대방의 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남자아이는 더 남자답게, 여자아이는 더 여자답게 키운다는 것이죠.”

‘마엘이라…’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작도는 생각했다. 귀여운 이름인걸, 마엘.

“그런데 이 마엘 이놈이 말썽인 것이…(멀어져가는 소리)”
탁 탁 탁.
화장실 안에서 뭔가 탁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음소리도 들렸다.

뭔가를 눈치챈 작도는 주의를 확인하더니 화장실 틈새로 훔쳐보기 시작했다. 긴 드레스를 치렁치렁 늘어트린 금발머리의 곱상한 아이가 얼굴을 붉히고 뭔가를 한창 움직이고 있었다.
‘마엘이라고 했지… 흐흐흐’

숨이 거칠어졌다. 뭔가가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작도는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작도는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뭐야!”

그 순간 희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발사되어 작도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곳에는 막 자신의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사춘기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고운 얼굴에 뺨을 붉힌 채로. 그의 이름은 마엘이었다.

* * * * *

“하아… 그래서 이 녀석을 좀 남자로 키워달라 하는 말입니다. 아니 이녀석이 나이를 먹도록 계속 여장을 해요. 그래서 이웃나라에서 무슨 성호르몬 주사를 한다는데,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히면 남자다워 진다고 하니까 그걸 좀 부탁드리는 겁니다. 가는 길에 트레이닝도 좀 시켜 주시구요. 씩씩하게 말입니다. 하하…”
“아아, 네… 그런 얘기였군요…”
“일단 착수금으로 천만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호르몬주사 값으로 1억원입니다.”

그런 얘기였다. 지금 여러분의 앞에는 쵸빗츠의 치이를 닮은 아주 예쁘장하게 생긴 그러나 남자아이 마엘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마엘은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상태.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치~이? (계란 굽는 소리)”

* * * * *

- 호르몬 주사라고 했지.
- 네.

- 그것만 맞으면 남자다워지고, 여자다워진다고?
- 네.
- 그런데 꽤나 비싸다고 합니다. 적어도 1억은 줘야…

- 돈은 문제가 안돼. 그래, 그건 어디가면 있지?
- 그게 잘…
- 이번에 호르몬 주사를 사러 가는 일행이 있다고 합니다.
- 사진 여기있습니다.

- 그래, 이 녀석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거군.
- 그렇습니다.

“저기 있다.”
여자가 바라본 곳에는 막 마을 밖으로 나서려는 작도, 하늘, 카이, 그리고 마엘이 있었다.

“그럼 잠시 갔다오마. 그동안 잘 있어라.”
“누님! 크흑…”
“이렇게 가시는 겁니까.”
“걱정마라. 난 반드시 돌아온다.”
“누님!!!”
매몰차게 돌아서는 모습에 수많은 남정네들이 그만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이 지역 최고의 조폭, ‘누님파’의 두목이었다.

* * * * *

“멈춰라!”
일행의 앞을 가로막는 한 조폭마누라가 있었으니.
“내 이름은 제타. 너희들이 호르몬주사를 구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가 어디냐. 어서 빨리 대답하지 못할까!”

일행은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걸음을 서둘렀다.
“마엘, 어서 가자.”
“어… 뭐야?”
“말려들면 귀찮아져.”

손을 끌려가며 마엘은 이상한듯 제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그만 제타는 뺨을 붉히고 말았다.
‘귀엽다♡’

저런 귀여운 아이랑 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까지 난 맨날 우락부락한 땀냄새나는 거한들이랑 있었는데… 아, 정말 귀엽다…
제타가 망상의 나라로 떠난 사이 마엘은 제타의 눈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앗 잠깐, 기다려! 같이 가!!”

이렇게 그들은 마엘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계속

written by xacdo 2003 07 10
카이의 어색한 번역투 추가 2003 07 14
supported by AltaVista Babel Fish http://babelfish.altavista.com/
카이의 어색한 번역투 & 자잘한 수정 2003 08 10
카이의 하오체 수정  2003 09 10
자잘한 수정 2003 10 01
마엘 아빠 이름 수정 2003 10 10
|hit:3141|2003/07/10

Prev
 3년간 포맷 한번 안 하고 쓴 컴퓨터의 우여곡절 이야기
xacdo 2003/07/10 3141
Next
 마엘과 함께 00/10 - 안녕하세요
xacdo 2003/07/10 3141


 마엘과 함께 01/10 - 마엘과 함께
xacdo 2003/07/10 3141
 
   마엘과 함께 01/10 - 마엘과 함께 - 후기
xacdo 2003/07/14 3175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