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이해
07/04/29 18:27(년/월/일 시:분)
모든 표절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표절을 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정말 우연히 똑같은 것을 떠올리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http://blog.naver.com/gpjm/10010157791
자우림 - 하하하쏭(2004), 김상희 - 즐거운 아리랑(1977)
http://blog.naver.com/v2088hee/130013248338
문근영 - &디자인(2007), 조덕배 - 나의 옛날 이야기(1985)
http://blog.naver.com/grandchyren/30074349
이승철 - 소리쳐(2006), Gareth Gates - Listen to My Heart(2002)
나는 이런 것들이 표절은 확실하지만 의도적이지는 않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저작권은 무조건 선착순이기 때문에, 먼저 발표한 사람이 임자다. 아무리 우연히 같다고 해도, 누군가 선점했다면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래서 창작은 망설여서는 안된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2230070
1976년 비틀스 출신의 가수 조지 해리슨 사건이 대표적이다. 1970년 전미(全美) 차트 1위에 오른 노래 ‘마이 스위트 로드(My sweet lord)’가 그룹 시폰스의 ‘히즈 소 파인(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소송에서 해리슨은 “맹세코 의도성이 없었고 우연의 일치였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무의식적으로 했더라도 결과가 같다면 표절”이라며 4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저작권은 선착순이기 때문에, 작가는 작품을 새로 발표하기 전에 표절이 아닌지 검토할 의무가 있다. 근데 이게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발표된 모든 작품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다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내 글을 쓰는 시간보다 남의 글을 찾아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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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ueprints(대학생을 위한 작문 교재) 중에서 |
하지만 일단 출처를 찾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나는 어디서 인용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 만으로도 책임을 상당히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절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출처를 밝히는 것이다.
내 경우를 들어보자. 나는 며칠 전 건반을 구입해서 시험삼아 몇 시간이나 뚱땅뚱땅 치면서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좋은 멜로디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신이 나서 그 멜로디를 가지고 노래를 만들었다.
http://xacdo.net/tt/index.php?pl=662
Prodikeys와 늦은 밤에 하는 숙제
그런데 며칠 지나다 보니까 이상하게 그 멜로디가 귀에 익은 것 같았다. 가만 생각해보니까 콜드플레이 노래랑 똑같았다. 아이고, 표절이구나. 어쩐지 멜로디가 내가 만든 것 치곤 너무 좋다 싶었지.
하지만 표절이라고 해서 그냥 버리기엔 아깝잖아. 그래서 "이 노래는 콜드플레이를 따라했습니다"라고 출처를 명시하고 공개했다. 아마도 나중에 내가 이 노래를 상업적으로 발표한다면 콜드플레이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표절 논란은 없겠지. 출처를 명시했으니까.
팻보이 슬림(Fatboy Slim)이나 윌 스미스(Will Smith)도 한 노래에 많게는 3개까지 남의 노래를 가져다 쓴다. 특히 힙합이나 테크노 쪽에서는 옛날 노래를 많이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출처를 확인해주고 저작권 합의를 대신해주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남의 걸 따라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지.
ps. 만약 도저히 출처를 찾지 못하겠다면, 박찬욱 감독의 방법을 따라할 수도 있다. 그는 책 "박찬욱의 몽타주"에 자기 사진을 사용하면서, 내 사진을 찍은 모든 사진가를 찾지는 못했다면서, 만약 돈을 받지 못한 사진가가 있다면 추후에 적절한 고료를 지급하겠다고 써놨다. 후후, 영리하다.
ps2. 표절을 피하는 다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조금만 바꿔서 만들기: 너무 비슷하지는 않게, 하지만 너무 다르지도 않게. 박진영, 쿨 등이 대표적이다.
- 두개 이상을 섞기: 따라는 하되 2개 이상의 출처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 유희열이 대표적이다.
- 압축하기: 전체적인 맥락만을 남기고 세부적인 전개는 다 생략하는 것. 요즘 일부 드라마가 흔한 전개(클리셰)를 빠른 속도로 치고 빠져서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