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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부반장과 오줌싸개 - 왕따를 예방하는 방법

07/05/15 17:43(년/월/일 시:분)

예전에 엄마와 택시를 타고 백화점에 가는데, 라디오 뉴스에서 왕따에 대한 슬픈 뉴스가 나왔다. 택시 기사는 어머니에게 화제를 돌렸고, 어머니는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왕따라는 말은 요즘 와서야 생겼지만, 사실 왕따는 옛날부터 꾸준히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 때만 해도 우리 반에 오줌싸개가 한 명 있었는데

걔는 국민학교 5학년이나 되서도 오줌을 못 가려서, 걔 주위에만 가면 오줌 지린내가 났다. 그래서 다들 걔를 멀리하고 피하고 그랬다. 요즘 말로 치면 왕따지. 근데

우리 반에 부반장이 있었는데, 걔가 좀 애들을 잘 휘두르고 리더쉽이 강했어. 그런데 걔가 떡하니 오줌싸개랑 짝궁이 되 준거야. 다른 애들은 걔랑 말도 안 하는데, 부반장은 일부러 오줌싸개를 챙겨주면서 걔가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게 해 준 거지. 사실 나는 오줌싸개가 싫었지만, 부반장이랑 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줌싸개랑 같이 어울리게 됬어.

생각해보면 오줌싸개는 요즘으로 치면 왕따가 되었을 거야. 하지만 우리 반에는 부반장이 있었기 때문에 걔가 왕따를 안 당했어. 그러니까 왕따를 당할 소지가 있는 애들은 예나 지금이나 충분히 있지만, 걔들이 실제로 왕따를 당하느냐 안 당하느냐 하는 건, 부반장 같은 애가 반에 한명 있냐 없냐에 따라 갈리는 것 같아.

즉 학교 같은 제한된 환경에 일정 수의 사람들이 던져졌을 때, 그 안에는 어떤 위계질서가 있어서 다들 역할을 맡아서 연극을 하는 거거든. 누군가는 공부를 잘 하는 역할을 맡아서 하고, 어떤 애들은 운동을 좋아하는 역할을 맡고, 또 누구는 비행청소년의 역할을, 또 누구는 왕따의 역할을 맡아서 연극을 하는 거지. 이를 역학 관계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57. 역학 관계

쥐들을 상대로 하나의 실험이 이루어졌다. 낭시 대학 행동 생물학 연구소의 디디에 드조르라는 연구자는 쥐들이 수영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는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었다. 그 우리의 문은 하나뿐인데, 그 문이 수영장으로 통하게 되어 있어서, 쥐들은 먹이를 나누어주는 사료통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영장을 건너야만 했다. 여섯 마리의 쥐들은 일제히 헤엄을 쳐서 먹이를 구하려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곧 확인되었다. 쥐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1. 헤엄을 치고 먹이를 빼앗기는 쥐가 두 마리, (피착취자)
2. 헤엄을 치지 않고 먹이를 빼앗아 먹는 쥐가 두 마리, (착취자)
3. 헤엄을 치고 먹이를 빼앗기지 않는 쥐가 한 마리, (독립적인 쥐)
4. 헤엄도 안 치고 먹이를 빼앗지도 못하는 쥐가 한 마리였다. (천덕꾸러기)

먹이를 빼앗기는 두 쥐는 물 속으로 헤엄을 쳐서 먹이를 구하러 갔다. 그 쥐들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자, 먹이를 빼앗아 먹는 두 쥐는 그 쥐들을 때리고 머리를 물 속에 처박았다. 결국 애써 먹이를 가져온 두 쥐들은 자기들의 먹이를 내놓고 말았다. 두 착취자가 배불리 먹고 난 다음에야 굴복한 두 피착취자들은 자기들의 크로케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착취자들은 헤엄을 치는 일이 없었다. 그 쥐들은 헤엄치는 쥐들을 때려서 먹이를 빼앗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독립적인 쥐는 아주 힘이 세기 때문에 착취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천덕꾸러기 쥐는 헤엄을 칠 줄도 모르고 헤엄치는 쥐들에게 겁을 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쥐들이 싸울 때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먹었다.

그 후에 다시 실험이 행해진 스무 개의 우리에서도 역시 똑같은 구조, 즉 피착취자 두 마리, 착취자 두 마리, 독립적인 쥐 한 마리, 천덕꾸러기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러한 위계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 연구자는 착취자 여섯 마리를 함께 우리에 넣었다. 그 쥐들은 밤새도록 서로 싸웠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 쥐들 가운데 두 마리가 식사 당번이 되었고, 한 마리는 혼자 헤엄을 쳤으며, 나머지 한 마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었다. 착취자들에게 굴복했던 쥐들을 상대로 역시 똑같은 실험을 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그 쥐들 가운데 두 마리가 왕초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험에서 우리가 정작 음미해 보아야 할 대목은, 쥐들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서 머리통을 열어보았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가 바로 착취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착취자들은 필시 피착취자들이 복종하지 않게 될까봐 무척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2권 중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개미' 2권 - 개미혁명 중에서


...나는 부반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누군가는 이 사회에서 착취자의 역할을 하고, 피착취자의 역할을 하고, 아웃사이더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런 사회적인 위계질서는 분명히 개인적인 의지보다 선행할꺼야.

나는 그런 사회적인 운명을 거부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 사회에는 분명히 부반장과 같은 빈 자리가 있을꺼야. 어차피 모두가 어떤 사회적인 역할을 맡아서 연극을 해야 한다면, 나는 부반장의 역할을 맡고 싶어. 그런 사회적인 빈 자리를 찾아서 들어가고 싶어.


http://xacdo.net/tt/index.php?pl=664
이미 사회에는 누군가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해 주기를 기다리는 자리가 늘 비어있고, 그 자리에 누군가 들어가 있어야 사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이미 당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어떤 사회적인 운명이 미리 요청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의 사회적인 빈 자리를 발견하라. 그리고 그 운명을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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