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아버지가 내 사주를 보고 오더니 역마살이 있다고 했다. 평생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살다가 객지에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니냐고 덧붙이셨다.

그런 아버지 본인도 정작 역마살이 있는 것 같았다. 이북(옛날에는 북한이라는 말이 없었고 이북, 이남이라고 불렀다)에서 전쟁통에 피난 내려와 지금까지 계속 고향이 못 돌아가시고 계셨다. 그런 아버지가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하숙생 – 최희준 (1965)

Eb              Fm
인생은 나그네길
Bb    Cm  Ab
어디서 왔다가
Bb7          Eb
어디로 가는가

Eb               Eb7
구름이 흘러가듯
Ab                   G7
떠돌다 가는 길에
Cm                  Fm7
정일랑 두지 말자
Eb                   Bb7
미련일랑 두지 말자

Eb             Fm
인생은 나그네길
Bb     Cm      Ab
구름이 흘러가듯
Bb7                         Eb
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나 또한 지금까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타향살이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불행하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 가끔은 익숙했던 옛날 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몇 년 전에 옛날 집이 생각나서 가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내 기억속의 옛날 집은 간데 없고 웬 아파트 단지가 올라와 있었다. 내가 기억하던 동네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옛날에 살던 빌라가 싹 밀리고 아파트로 재개발이 된 모양이었다.

익숙함을 찾아간 곳에서 익숙함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돌아갈 곳을 잃어버렸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몰랐다. 하여튼간에 나는 그렇게 고향을 잃어버렸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하숙생 노래를 불렀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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