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겨울왕국) 2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을까?

Frozen 2를 두번 보고나서, 이걸 더 재미있게 있었을까를 생각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더 재미있을 여지가 있었을까?

예전에 비슷한 적이 있었다. 매트릭스2가 그랬다. 적당히 볼만한 속편이었고 흥행 성적도 좋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고 좀 실망했다. 나라면 매트릭스2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본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 사이퍼를 캐스팅한다 (출연료를 너무 많이 올려달라고 했다고 들었다)
  • 사운드 엔지니어를 잘 고용한다 (매트릭스1은 소리가 아주 섬세했는데, 매트릭스2는 뭉툭했다)
  • 매트릭스3를 만들지 말고, 매트릭스2에서 할 얘기를 다 끝낸다. 매트릭스1처럼 과감하게 서사를 건너뛴다 (너무 늘어졌다. 꼭 서사를 차근차근 풀어야 하나?)
  • 신화는 최소한만 사용해서 관객이 상상할 여지를 남겨놓는다
  • 비싼 장면도 좋지만, 싸고 섬세한 장면을 더 넣는다 (그게 워쇼스키의 장점 아니었나? 다들 액션장면만 얘기하지만 나는 섬세한 장면들이 그것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로즌2는 달랐다. 위에 말한 부분들을 거의 다 지켰는데도 재미가 부족했다. 하나씩 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 기존 캐스팅을 유지한다. (성우, 작곡자, 감독 등)
  • 사운드, 비주얼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긴다
  • 프로즌2에서 이야기를 다 끝낸다
  • 메타포는 어디까지나 메타포로 사용하고,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 싼 장면도 비싼 장면만큼 섬세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프로즌2는 속편으로서 매트릭스2와 다른 단점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 노래가 더 좋아야만 했다
  • 서사가 더 짧고 강렬해야만 했다
  • 애니메이션 기술력을 덜 보여줬어야 했다

여기서 노래는 예외로 하자. 1편의 노래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를 속편에서 되풀이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서사인데, 1편은 엘사의 취약한 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자잘한 부분들을 생략했었다. 그래서 영화 안에서 설명이 완결되지 않았고, 이는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되었었다.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놓았고, 그 여백이 매력적이었다. 반면 2편은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모든 부분들을 꽉꽉 채워넣었다. 보는 내가 그 부담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덕분에 서사가 좀 더 완결성이 있어졌지만, 지나치게 채워진 것 같았다.

화려한 장면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Show yourself”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빠지면 엘사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여지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빠졌다면 영화는 좀 더 안나의 성장에 집중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엘사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엘사가 죽고, 안나는 댐을 부순다. Arendel의 주민들은 수해를 입어 오랬동안 복구해야 했다. 안나가 돌아온 후 왕위를 물려주었지만 예전과 같은 깊은 신뢰는 없었고, 배신감을 느끼는 주민들도 있었다. 안나는 Northuldra 간의 평화 협정을 맺고, 과거사를 반성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펼친다.

안나는 가끔씩 언니가 들었던 환청을 듣는다. 안나는 엘사가 사실은 Ahtohallan에 살아있다고 믿는다. 엘사가 죽었다는 증거는 올라프가 죽었다는 것 밖에 없다. 그리고 북쪽 바다는 파도가 높아서 갈 수 없다. 안나는 엘사가 다섯번째 정령이 되어 Northuldra에 깃들어있다고 믿는다. 안나는 엘사가 아름답게 변하여 네 정령들과 함께 멀리서 Arendel을 지켜주는 환상을 본다. 그리고 엘사가 잔존상념으로 만들어냈던 얼음 동상들을 청동상으로 만들어 설치한다. 그것으로 안나는 속죄하고 구원을 받고자 한다. 안나가 죽은 후에도 이 아름다운 청동상들은 Arendel의 관광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러 온다.

그런데 이렇게 풀어내면 더 이상 디즈니 영화가 아니게 된다. 너무 어두운 비극이 된다. 이런 결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너무 한국영화스럽다. 정확히 말하면 박찬욱스럽다. 그보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내가 감독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Show yourself”를 삭제하고 안나에 더 집중한다
  • “Into the unknown”에 최신 기술을 뺀다 (너무 시그래프 데모 같았다)
  • 안나와 엘사의 대립을 면대 면으로 그린다
  • 4개의 정령 (불, 바람, 물, 돌) 비중을 줄인다

그런데 이러면 엘사를 덜 보여주게 된다. 흥행이나 캐릭터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이것 또한 디즈니답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번 프로즌2의 선택은, 재미를 좀 희생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엘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보여주는 쪽이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프로즌2는 매트릭스2보다 쥐라기공원2에 가깝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쥐라기공원2를 찍을 때, 어린이 팬의 편지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공룡을 더 보고 싶어요.” 프로즌2도 그랬을 것이다. “엘사를 더 보고 싶어요” 그래서 엘사가 더 나왔고, 모두가 행복하게 끝났다. 이것으로 프로즌2는 소명을 다 했다.

그런 면을 이해는 하지만, 프로즌3가 나온다면 나의 바램처럼 속편으로서의 부담감을 버리고 좀 더 단순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엘사의 숏컷도 보고 싶다. 안나의 신혼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