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현재, LA에 있는 우리 회사의 개발자들은 100%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원격 회의를 위해 블루투스 헤드셋을 많이 쓴다. 그러다보니 이제야 알게 됐다. 블루투스의 음성 음질이 생각보다 낮았다. 샘플 레이트가 16kHz 밖에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음성이 아니라 녹음 음질이지만, 편의상 음성으로 표현하겠다.)
요즘은 블루투스 코덱이 좋아져서 샘플 레이트가 44.1kHz는 당연하고 96kHz까지 지원하는 것도 있고, 비트 레이트도 코덱에 따라 328kbps, 576kbps까지 지원한다. 그런데 이것은 음악 재생만 하는 단방향 통신에만 해당하고, 음성도 포함해야 하는 양방향 통신(duplex communication)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비트 레이트를 조금 희생하면 샘플 레이트도 얼마든지 44.1kHz가 가능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음성이 16kHz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고음역대가 깎이기 때문에 그만큼 먹먹하게 들린다.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
TV 등의 매체를 봐도, 에어팟 등의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원격 연결을 하는 경우, 음성이 먹먹하게 들린다. 요즘 방송 장비의 음질이 워낙 좋아서, 블루투스 음성의 낮은 음질이 확 튄다. 차라리 유선 이어폰의 마이크가 훨씬 낫다. 그건 44.1kHz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노트북의 내장 마이크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조금 귀찮지만 재생은 블루투스, 녹음은 내장 마이크 이렇게 각각 따로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나는 44.1kHz도 만족스럽지 않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가 최대 20kHz고, 나이퀴스트 정리로 그에 2배로 저장하면 복원이 가능하다고 하니, 44.1kHz면 넉넉할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가청 주파수는 최대 20kHz가 아니다. 그보다 높다. 그러면 뭐하러 48kHz, 96kHz의 음향 장비가 나오겠나.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겠지만, 44.1kHz와 96kHz의 차이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좋게 말하면 초감각이고, 나쁘게 말하면 과감각, 감각 예민이다.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음악을 만들다보면 믹스다운도 하고 이펙트도 먹이고 하다보면 그만큼 해상도(resolution)가 떨어질 수 있어서 넉넉하게 96kHz로 잡는 것도 있다. 특히 디스토션 같이 강한 이펙트를 먹일 때 48kHz와 96kHz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앞의 것이 투박하다면, 뒤의 것은 미래적이다.)
하여튼 나는 가능하면 재생과 음성 음질이 모두 96kHz였으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은 44.1kHz가 되기를 바란다. 아무도 이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일단 나라도 내 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이렇다고 여기에 정리해본다.
블루투스 음성의 샘플 레이트를 44.1kHz까지 지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