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평론가 임근준이 메타(meta-)라는 말을 많이 썼다. 메타는 그 자체에 대한 것, 자기 참조적인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영화 나이트메어 7 – 뉴 나이트메어(1994)에서 나이트메어 영화를 만드는 얘기를 영화 안에서 다루는 것 같은 것이다.
내 생각에는 포스트(post- = 후기), 비욘드(beyond = ..너머) 다음으로 하다하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기가 어려울 때 메타(meta- =자기 참조)까지 가는 것 같다.
나는 두니아(2018)가 메타 예능이라고 생각한다. 두니아는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에 익숙해야 웃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미리 설정된 드라마 부분과, 연기자의 즉흥에 맡기는 리얼리티 부분이 계속 교차되는데, 이 두 부분의 경계가 때론 명확하지 않고, 심지어는 와장창 깨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두니아에서는 재미의 요소로 삼았는데, 이것은 예능이나 드라마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게 도대체 뭐지?”하고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어려운 장치다.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두니아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초반 두 달 정도는 연기자들도 시청자들도 두니아의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헤맸지만, 세 달을 넘어가니 출연자들도, 보는 사람들도 익숙해져서 형식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비로소 재미있을 수 있었다.
예능에 대한 예능, 메타 예능. 이런 시도가 나는 참 새로웠다. 그러고보니 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도 항상 재미있게 보았다. 방송사가 자사 방송에 대해 스스로 비판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두니아도 예능이 예능 스스로를 재미로 삼는다는 점이 좋았다.
시청률이 너무 낮아서 아쉽게도 추석 개편 때 끝날 것 같은데, 다음에는 굳이 외국을 나가지 말고, 쾌적한 스튜디오에서 출연자과 연출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너무 습하지 않고 너무 덥지 않은 환경에서 생산성 높게 방송을 찍었으면 좋겠다. 특히 초반에는 정말 너무 더워서 지쳐 보였다.
예능이 출연자들을 괴롭혀야 재밌는 경우도 있지만,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배려해줘야 재밌는 경우도 있다. 마리텔 같은 경우도 서로 개입하고 시끄럽게 경쟁해서 재밌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기 집에서 혼자 유튜브 방송을 하듯이 조용히 집중해야 더 잘 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효리네 민박 – 시즌1 – 2화 – 남편 상순에게 털어놓는 조금은 외로웠던…’스물다섯 이효리’에서 이효리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데 이효리가 아닌 타인의 정면샷들이 추억처럼 지나가며 음악 없이 가니까 적막하고 쓸쓸해서, 마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예능이 예능을 넘어서는 순간들을 보곤 한다. 가짜 웃음소리도 없고 음악까지도 멈춰버린 조용한 예능도 가능하다. 꼭 메타 예능이 아니더라도, 비욘드 예능도 가능하지 않을까.나는 그런 순간을 기다리며 두니아를 계속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