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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기생충을 봤다. 나는 봉준호가 늙어간다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의 날카로운 감각이 조금씩 뭉툭해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도 설국열차나 옥자와는 달리, 한국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의 빈 자리를 잘 채워주었다. 박찬욱도 그랬고, 김지운도 그랬고, 봉준호도 마찬가지로 미국 배우들을 잘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전 영화들보다 나았다.

나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오스카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작품상까지 받았다.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오스카를 미국에서 라이브로 보았다. 시상식은 예정되었던 3시간을 훌쩍 넘겨서, 총 3시간 40분간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치 3시간 40분짜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분했다. 오스카 시상식이 영화 기생충보다 재미있었다.

우리 집은 헐리우드에서 차로 15분 거리였다. 봉준호 감독이 술자리를 가졌다는 코리아타운, 차로 30분 거리였다. 나는 그 술자리에 가고 싶었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봉준호가 받은 4개의 상을 돌이켜보자. 처음 각본상, 정확히는 각본이 아니라 스크린플레이지만, 하여튼 각본상은 예상 외였다. 그 다음 국제 영화상, 원래는 외국어 영화상이었지만 “더 페어웰”로 논란이 되어서 국제영화상으로 변경되었는데, 그 점을 봉준호는 정중하게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그런 투덜거림이 통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1917”은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이미 받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조금 부족했고, 남은 것은 아이리시멘 아니면 조커였다. 내 아내는 페미니스트로서 조커를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우리 둘은 아이리시맨으로 의견을 좁혔다.

그런데 아이리시맨 대신 기생충이 선택되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할리우드 동네 축제에서 외국인에게 상을 주는 것이 생소했다. 어째서.

그 다음도 대단했다. 봉준호는 방금 전의 냉소는 잠시 접어두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에미넴 공연 때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졌었는데, 자기를 칭찬하니 그는 잠에서 깨어나 환하게 웃었다. 그 기세를 몰아 모두들 마틴 스콜세지 할아버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국인들도 노인은 공경하는 모양이었다.

그 다음은 올해 영화제에서 여러 번 수상을 놓쳤던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영광을 돌렸다. 쿠엔틴은 가벼운 손가락 경례로 답했다. 그 다음은 굳이 텍사스 전기톱을 언급하며 농담을 했다. 방금 전의 냉소는 훌륭한 농담이 되어 돌아왔다.

그 다음에 작품상, 정확히 말하면 베스트 픽쳐로, 오스카의 맨 마지막에 주는 가장 높은 상을 수상해버렸다. 나는 여기서부터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는 것 같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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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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