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독일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무시했지만 계속 전화를 했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영어가 유창한 할머니였다. 독일 사람 같지 않았다. 지금 건 번호가 옛날 자기의 전화번호였는데, 누가 쓰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 분은 2016년까지 이 전화번호를 쓰셨는데, 아내는 2017년에 우연히 같은 전화번호를 받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자기의 옛날 미국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이유는, 애플 로그인 때문이었다. 2차 인증 때문이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알았지만, 로그인을 할 수 없었다. 2차 인증은 기존에 사용하던 애플 기기 또는 전화로만 가능했다. 불행히, 할머니의 애플 계정에는 2016년에 미국에서 사용했던 전화번호만 등록되어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애플 기기들도 이제는 없는 것 같았다.
사실 그 전부터 간간히 애플의 인증번호가 오긴 했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무시해왔다. 처음에는 영어로 왔지만, 언젠가부터는 독일어로 왔다. 독일로 옮겨서 그런 것 같았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우리는 인증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도 애플에 로그인을 시도해보니 실제로 그 외의 방법으로는 로그인이 불가능했다.
아마도 애플 서비스 센터에 가서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혹시 애플에서 구매한 음악, 영화, 앱이 있었다면, 그것들 또한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혹시 누군가 할머니에게 돈을 청구했는지 물었다.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우리는 사기일수도 있어 더 이상 협조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출근을 해야 해서 더 이상 통화할 수 없었다.
그렇게 새벽에 독일에서 걸려온 전화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