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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어떡할까

넷플릭스 언웰을 봤다. 아내는 “MBN 천기누설”, “KBS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건강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한 편으로 “SBS 궁금한 이야기 Y”처럼 이상한 것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이 “넷플릭스 언웰”은 그 두가지에 모두 해당했다. 에센셜 오일, 탄트라 섹스, 모유, 단식, 아야와스카, 벌침 이렇게 6가지 건강 요법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실제로 우리 집에도 많은 건강식품이 있고, 작게나마 도움을 받고 있다. 나도 아내도 지병이 있어서 이런 저런 요법을 해봤고, 아내도 벌침을 맞아본 적이 있다고 했다. 우리집 고양이를 위한 에센셜 오일도 있어서,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장거리 비행을 견디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건강요법들의 문제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도 많은 걸 해봤지만 대부분 약간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약간일 뿐이지, 심하면 당연히 병원을 간다. 의사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고, 그래서 의사가 결정하면 전적으로 따른다.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얘기를 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정 안되면 의사를 바꿀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오래 걸리기는 했다. 첫번째 약을 써보고 몇달동안 경과를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두번째 약을 써보고 경과를 보고, 갑자기 부작용이 생긴다 싶으면 긴급하게 의사를 방문해서 상태를 점검하고… 이렇게 해서 안정되기까지 2년이 걸렸고, 지금도 경과를 지켜보면서 무엇이 좋고 아닌지를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 내가 먹는 건강보조제나 기타 요법들도 의사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아니다 싶으면 중단하고 괜찮다 싶으면 계속한다.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 생각과 의사의 생각이 다를 때 의사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다. 일단 처방을 받으면 내 마음대로 바꾸지 않고 정확히 처방을 따른다. 처방이 아니다 싶으면 다음에 의사를 만날때 얘기해서 바꾸던가 말던가 한다.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 물론 의사가 신뢰할만하지 않으면 의사를 바꿔야겠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내게 그런 일은 없었다. 의사들은 대체로 합리적이었고, 내 여러 질문에도 답변을 잘 해 주었다. 그래서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 상태가 안정적으로 나아질 수 있었다.

만성질환이 대부분 그렇듯이, 단기간에 놀라운 효과를 보기 어렵다. 100% 누구에게나 잘 듣는 약이 별로 없어서, 나에게 맞는 약을 찾으려면 하나씩 시도해보는 수 밖에 없다. 약을 바꿀때도 갑자기 바꾸면 몸에 무리가 가니까 천천히 바꿔야 하는데, 이 중간에 용량을 낮추거나 중단해야 하니까 약기운이 떨어져서 힘든 구간이 생긴다. 그래서 검사를 해야 약을 복용할때와 중단할때를 대조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다음에 고른 약이 나에게 맞을 것이냐? 하면 그거야 모르는 일이다. 다음 약을 고를 때의 의사의 표정을 보면 느껴진다. 물론 여러 논문과 임상으로 판단하는 걸테고, 대체로 확률이 높은 약부터 차근차근 써가는 거겠지만, 그게 어느 순간이 되면 확률이 비슷비슷한 약들이 후보군으로 남을 때가 있다. 그러면 결국 의사는 머리속으로 주사위를 굴릴 것이다. 이 약이 환자에게 잘 들을까? 아닐까?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그 결정의 시간은 길지 않다. 어차피 고민해봤자 모르기 때문이다. 나중에 결과를 모아서 임상 논문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처방을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직감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약이 들을 확률이 60% 정도지만, 이 분야에서는 이 정도만 되도 임상을 통과하는 수준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직도 현대 의학이 가야할 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으로 볼때, 대부분의 치료는 길고 고통스러웠다. 오랜 시간을 지루하게 견디며 참아내야 했다. 참는 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의사만 신뢰하면 안되고 나도 나름대로 내 몸을 잘 감시하면서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이 “넷플릭스 언웰”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것처럼 빠르고 명쾌한 치료법에 매혹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루의 환각제인 아야와스카도 그렇다. 먹으면 구토가 나고 숨을 못 쉬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아니 그러면 용량을 한 10분의 1이나 100분의 1 정도로 낮춰서 시작하면 되지 않나? 그리고 구토가 난다면 속이 편한 안주를 곁들여 먹으면 낫지 않을까? 관광객들은 어차피 며칠밖에 안 머무르니까 후딱 한번에 강한 걸로 먹이고 보내려는 걸까? 그리고 그냥 식물을 한약 달이듯이 오래 끓여서 농축하는데, 그러면 어떤 날은 너무 진하고 어떤 날은 너무 연해지지 않을까? 정제해서 용량을 일정하게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약도 중금속 오염때문에 미리 검사를 받는데, 이건 그런 오염이나 위생 문제는 없을까? 너무 무책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야와스카를 찾는 사람들은 정신적인 지병가 있거나 신경 마비가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위에서 말한 구토나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신경경화증으로 휠체어를 타시던 분이 조금 걸을 수 있게 된 경우였는데, 이 분은 의사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분이었다. 처음에 의사로부터 자신의 신경경화증이 불치병이라고 진단받고, 여러 치료를 해봤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의사에게 아야와스카를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고, 의사는 “나라면 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페루로 비행기를 몇 번이고 타고 가서 아야와스카를 복용했고,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의사와 상담한다고 한다.

마찬가지 경우가 모유 편에서도 나왔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 모유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며 모유를 처방해달라고 했다. 결국 이에 동의하는 의사를 찾았는데, 그럼 모유는 어떻게 얻을까? 다큐멘터리에서는 페이스북 등으로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얻는 경우가 많이 나왔지만, 그러면 가짜일수도 있고, 비위생적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모유를 공식적으로 기부를 받아서 모유가 꼭 필요한 유아들에게 기부하는 비영리단체를 찾았고, 거기에 자신의 질환을 설명하고 혹시라도 모유가 남을 경우 자신에게도 공급해달라고 했다. 보통 3개월치 냉동 모유를 받는데, 가끔 못 받아서 먹지 못하는 기간도 있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해서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고 이를 의사와 상담했다. 실제로 그의 상태는 모유를 중단했을때 나빠졌다가 다시 모유를 먹기 시작하자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이렇게 아야와스카나 모유가 효과가 실제로 있을 수 있다. 다만 부작용이나 윤리적인 문제로 아직 공식적인 치료법이 되지 못했을 수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분들의 도움으로 임상 결과가 쌓여서, 공식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의사가 공식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불치병이고, 여러 치료법을 시도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환자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도할 의지가 있고,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기록해서 경과를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거나 수급이 원할하지 못하거나 했을때 즉시 중단할 용의가 있다면, 위와 같이 간접적으로 용인해주는 의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은 합리성과 신뢰일 것이다.

나는 뭔가 새로운 치료법에 돈을 많이 들이기도 싫다. 예를 들어 페퍼민트 오일이 나에게 잘 듣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이허브 등의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서 싼 걸 사겠지, 누군가 교회에서 만난 분에게 알음알음으로 비싼 최고급 제품을 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야와스카가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페루를 비행기타고 갈지도 모르겠다. 민간요법을 찾더라도 나는 가능하면 저렴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나는 물질적인 사람이고, 물질 너머에 다른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도 정확히 따지면 그렇게 명확하지 않고, 자아가 아니라 자아감, 그러니까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고통이 어떤 맥락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내가 뭘 잘못해서 고통스러울수도 있지만 그냥 랜덤하게 고통스러울수도 있고, 그래서 정말 그 이유가 뭔지 내가 영영 모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사는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니 나는 애초에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질문을 하는게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거 말고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힘들때 어떡할 것인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무엇이 최선인가? 뭘 하면 안될까? 무엇을 피해야 할까?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은 없을까? 대단히 힘든 상황이지만 내 삶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갈 방법이 어디 없을까? 이런 질문들은 내가 곰곰히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너무 현실적이고 피상적인 질문들일지 몰라도, 어쩌면 그 피상적인 것이 실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내 안에 깊이 파묻히지 말고, 겉으로 보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더듬어 찾아가면서 현실감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원칙이다.

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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