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의견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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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비자 문제로 이민 로펌 세션을 들었다. 로펌 대표까지 참석한 자리였다. 조 바이든 정권으로 이제 막 넘어가서 아직 확실한 게 없지만, 로펌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해줬다. 그 의견은 물론 틀릴 수 있지만, 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됐다.

의견을 말하는 건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 변호사 입장에서는 사실만 말하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그러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의미가 없다. 그냥 뉴스를 보는 게 낫다.

골드만 삭스의 “Top of Mind”를 봐도 그렇다. 금융은 미래를 맞춰야 돈을 버니까, 전망이 중요하다. 물론 그 의견은 많은 전제를 깔고 한정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사실만 말하고 끝나지 않는다.

취업 인터뷰도 그렇다. 인터뷰어가 자기도 잘 모르는 걸 물어본다. 인터뷰어가 자기도 궁금한 걸 물어본다. 그건 인터뷰가 아니라 평소에 일을 할 때도 그렇다.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상사가 지시만 하지 않는다. 나에게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일을 어떻게 할 지를 물어본다. 상사도 잘 모르니까 나에게 묻는 거다. 그럼 나는 내 생각을 말해야 한다.

물론 상사가 내 의견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대답이 마음에 들면 그는 계속 물어본다. 그가 내 의견을 수용하던 않던 중요하지 않다. 내 의견이 납득이 가고 설득력이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그가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그 의견은 어떻게 생기는가? 딱히 방법이 없다. 그냥 언뜻 떠오른다. 직관이다. 그러면 나는 내 직관이 맞는지 찾아본다. 찾아볼 수 없으면, 차근차근 생각해본다. 그래서 맞는 것 같으면, 의견 주머니에 넣어놓는다. 그래서 의견을 물어볼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쓴다.

그래서 내 의견은 가치가 있는가? 내 의견이 쓸만한가? 그건 검증해봐야 한다. 내 의견 주머니를 평가해야 한다. 내가 직접 평가할 수도 있고, 남에게 평가를 부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니다 싶은 의견을 솎아줘야 한다.

그래서 당신은 내 의견이 궁금한가? 내가 뭐라 말할지 알고 싶은가? 내 생각이 흥미로운가? 그러면 성공이다.

문제는 내 생각이 없을 때다. 일을 하는데 영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 예전 회사에서 한동안 그래서 괴로웠다. 그래서 상사가 내 생각을 물어도 답하지 못했다. 내 의견이 없었다. 반짝 하고 떠오르는 뭔가가 없었다. 어째야 할지 잘 몰랐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지금도 그러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직관은 내 의지를 벗어난 영역이다. 생각은 갑자기 나는 거고, 나는 그 떨어진 생각을 주머니에 주워 담을 뿐이다. 그런 생각이 술술 날 때도 있고, 턱 막힐 때도 있다. 그러다가 내 총명함이 사그러들고 의견 주머니가 바닥이 나면 끝난다.

그래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지금은 다행히도 내 의견이 샘솟지만, 예전처럼 언제 끊길지 모른다. 그건 어느 순간 나에게 찾아왔다가 어느 순간 가버린다. 그런 두려움이 언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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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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