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공부할까

어떻게 공부하냐고 질문을 받았다. 나는 고참 개발자로서 후배들을 이끌며 필요한 주제를 선정해 책과 코드로 공부한다고 했다. 현재 쓰고 있는 소스 코드를 보며 이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를 같이 공부한다고 했다. 나의 대답이 부족했는지, 인터뷰어가 실망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나의 대답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 현재 회사에서 하고 있는 방법이지만 이것은 후배들에게는 좋은 선배로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른 고참 개발자들과 경쟁해서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좀 더 멀리보고, 현재 쓰는 기술이 아니라 앞으로 써야 할 기술을 미리 공부해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앞으로 필요할 기술을 어떻게 알 것인가? 책으로 공부하기에는 너무 늦다.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책으로 쓸 만큼 이미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라는 얘기다. 책 한 권을 쓸 만큼 시간도 들었다는 얘기다. 이래서야 나온지 최소 2-3년 지난 기술밖에 공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새로 나온 기술들을 모두 공부할 수도 없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너무나 빠르고 광범위하다. 잘 될만한 기술만 골라도 내가 다 소화할 수 없다. 결국은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한 가지 방법으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는 기술들이 있다. 또는 화제가 되는 주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나는 이것이 힌트가 된다고 본다. 유명한 분들이 가끔씩 툭 던지는 트윗들이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유명한 분들은 어떻게 아나? 보통 좋은 책을 쓴 분들이 유명하다. 아니면 유명한 시스템을 만든 분들이 유명하다. 방금 전에 책이 오래되서 공부하기 좋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런 책을 쓴 분들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면 간간히 도움이 되는 최신 기술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많다. 그럼 추려야 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 각 주제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요약해서 정리하는 것이 있다. 그렇게 20-30개 정도를 정리한 다음에, 쭉 보면서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를 정한다. 그렇다고 너무 깊게 deep dive해서 들어가면 끝이 없다. 나는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서, 한 번 꽂히면 다른 걸 다 잊고 그것만 보다가 하루를 다 보내니까 시간을 딱 정해서 적당히 끊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이해하면, 한 문장으로 썼던 주제를 내 스타일의 문장으로 적는다. 나는 내 문장으로 적어야 이해가 되는 편이다. 작도닷넷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좋겠고, Proof of Concept 수준의 Toy project를 만들어서 github에 올리는 것도 좋겠다. 이것을 발전시켜 주말에 밀린 회사 숙제를 할 수도 있다. “숙제”는 예전 회사에서 쓰던 은어인데,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도전 과제로 주어져서, 여유가 있어서 더 하면 좋은 일들을 말한다. 보통 평일에는 바빠서 하기 힘들기 때문에 주말에 나와서 숙제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공부한 걸 어떻게 쓰나? 애초에 선정 기준이 회사에서 앞으로 쓸 수 있는가여야 한다.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회사일수도 있고 다음 회사일수도 있다. 안 쓸 것 같은 기술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내 생계가 도움이 되는 일을 위주로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컴퓨터 음악 기술 같은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 예를 들어 나는 여러 가상악기들을 3차원 공간에 배치해서 공간을 회전하거나 왜곡시켜 여러 악기가 동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며 몰입감을 주는 기술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예전에 비슷한 걸 했던 분들은 이게 기존의 작곡 프로그램으로 안 되니까 게임 만드는 Unity로 구현을 했던 걸 본 적이 있다. 이런 걸 일본 3인조 그룹 퍼퓸의 공연이나 마돈나의 공연 등에 적용해서 많은 컴퓨터 음악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지만… 10년차 웹 개발 경력을 발전시키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일단은 접어두고 있다. 예전에 Scott Forstall이 애플에서 잘리고 나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제작해서 토니 상까지 수상했는데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잡담은 그만하고, 그럼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나 두어야 하나? 평일에 2-3시간, 주말에 8-10시간으로 잡는다. 얼마 전에 구글 한승헌님께서 유튜브에서 “저녁 8시”를 얘기했는데, 나도 정말 칼퇴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씼고 책상에 다시 앉으면 딱 그 시간이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육아 등의 이유로 저녁 8시에 책상에 앉을 여유가 없어서 불만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공부할 여유가 있다는 것도 한가한 얘기일 수 있다. 내 의지대로 공부할 시간을 따로 뺄 수 없는 팍팍한 삶도 많으니 말이다. 나에게 공부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도 없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하늘이 내린 기회다. 지금이 바로 공부할 때다.

Loading

Published
Categorized as xacdo

By xacdo

Kyungwoo Hyun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