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를 위한 변명

요즘 루나가 99.999….% 폭락해서 화제다. 그래서 다들 루나의 취약성을 이야기하는데, 그 전에 나는 루나가 왜 주목을 받았는지 짚어보고 싶다. 루나를 위한 변명이랄까.

세 줄 요약

  1. 루나가 취약하긴 했지만, 악의적인 공격이 더 문제였다
  2. 권도형 인성 논란은 너무했다
  3. 루나는 Layer-1 코인으로서 여전히 유용하다. 취미용품 수준일 수 있겠지만.

루나의 등장

루나($LUNA)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Layer-1 코인으로 등장했다. 지금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훌륭하긴 하지만, 옛날 것이라 거래가 몰리면 거래가 느려지고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거래를 싸게 하는 새 코인들이 등장했고, 그 중에 특히 루나가 주목을 받았다.

루나는 다른 Layer-1 코인에 비해 앞으로 하고자 하는 포부가 컸다. 특히 디파이(DeFi)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테라($UST)라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연동했다. 실물 화폐(fiat)와 가치를 연동해서 온라인 결제, 주식 거래등을 할때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

왜 굳이 실물 화폐와 가치를 연동하려 했을까? 그래야 실물 상품, 실제 주식, 더 나아가 부동산, 고용 계약 등의 실물과의 연동이 쉽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도지코인으로 테슬라 굿즈를 살 수 있고, 주식, 부동산, 계약 등 어떤 것도 팔자면 팔 수 있다. 하지만 코인의 가치가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파는 쪽에서 안심하고 팔 수 없다. 그래서 파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코인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야 그 기반에서 디파이가 더 활발해질 것이었다.

여기서 테라($UST)의 가치를 1달러와 같게 유지하는(peg) 방법이 독특했다. 테더($USDT)같은 경우 진짜 달러를 담보로 가졌지만, 테라는 담보 없이 알고리듬(algorithm)으로만 동작했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보다 낮거나 높을 때, 무조건 이익을 보장하는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테라가 1.1달러가 되면, 1달러의 루나로 1.1달러의 테라를 살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무조건 0.1달러의 이익이 나고, 1달러의 루나는 소각한다. 그러면 테라의 발행량이 늘어나서 가치가 떨어져 1달러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테라가 0.9달러가 되면, 0.9달러의 테라로 1달러의 루나를 살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무조건 0.1달러의 이익이 나고, 1달러의 테라는 소각한다. 그러면 테라의 발행량이 줄어들어 가치가 올라가 1달러에 가까워진다.

이런 알고리듬을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넣어서, 오로지 프로그램으로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래서 정부 기관에서 테라와 루나를 규제하고자 해도 방법이 없다. 규제해봤자 이미 개발자들의 손을 떠나 스스로 동작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막지 않는 이상 이를 막을 수 없다.

루나의 몰락

그런데 문제는 테라의 가치가 떨어질 때 있었다. 1번 경우: 테라의 가치가 1.1달러가 될 땐 1달러의 루나를 소각하고 1.1달러의 테라를 발행한다. 2번 경우: 테라의 가치가 0.9달러가 될 땐 0.9달러의 테라를 소각하고 1달러의 루나를 발행한다. 이 두 경우가 언뜻 보기엔 대칭인 것 같지만 아니다. 1번보다 2번일 때 더 많은 코인이 발행된다. 2번일때 1달러만큼의 테라를 소각한다면 1.11111…달러만큼의 루나를 발행한다. 테라의 가치가 올라갈때는 1.1달러만큼을 발행하지만 내려갈때는 1.111111…만큼을 발행하니까, 테라의 가치가 정확히 대칭으로 오르고 내려도 0.011111…만큼의 루나가 테라보다 많이 발행된다. 테라보다 루나의 가치가 더 떨어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테라의 가치가 0에 무한대로 가까워지면, 그만큼 루나의 발행량도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테라의 가치가 무한대에 가까워져야 테라의 발행량이 무한대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1에서 무한대로 가는 것보다 1에서 0으로 가는 거리가 훨씬 가깝다. 그래서 테라를 폭등시키는 것보다 폭락시키는 쪽이 훨씬 쉽고, 그만큼 루나가 폭락하는게 폭등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여기에 더해서, 테라의 가치가 1달러에서 벗어날때 1달러에 가까워지는 건 설령 차익거래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조금 시간이 걸린다. 수요 공급의 법칙이 동작하기까지 약간의 지연이 생긴다. 그런데 그 지연보다 더 빠르게 가격이 바뀐다면? 그것도 한 방향으로 직진해서 바뀐다면? 1달러에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다. 이 알고리듬이 동작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 사람들이 초조해질 수 있다.

그러면 테라의 가치를 어떻게 더 빠르게 지킬 수 있을까? 그래서 테라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과 운명 공동체로 묶어서, 서로 교환(exchange)이 가능하도록 3pool로 묶었다. 통화 스와프(swap)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부족해서 더 많은 코인들과 운명을 함께하기 위해서 3pool에서 4pool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3pool에서 빼서 4pool에 넣어야 했다. 그 잠깐동안 테라는 매우 취약했다. 그 틈을 노렸다.

그 잠깐 취약한 동안 갑자기 테라의 매물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왔고, 그래서 테라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테라를 소각하고 루나를 발행했는데, 여기서 시간차가 생겼다. 루나의 발행량이 늘어나니 루나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야 당연했는데, 테라가 소각된 만큼 테라의 가치가 오르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루나의 가치는 재빨리 떨어졌는데, 테라의 가치는 오르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고, 결국 테라의 가치는 발행량이 줄어들었는데도 오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테라의 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렸다면, 결국 테라의 가치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1달러에 다시 가까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만큼의 인내심이 없었다. 빠르게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테라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1달러로 반등하지 못했다.

이렇게 테라를 대량으로 빠르게 매각하는데는 많은 돈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 왜 어떤 세력은 많은 돈을 들여 테라를 공격했을까? 가치가 떨어지는데 그 돈보다 더 큰 돈을 걸었을 것이다. 시장이 한 번 공포에 휩싸이면, 탄력을 받아서 그 세력이 들인 돈만큼보다 더 많이 떨어질 것이고, 그만큼 숏 포지션에 더 많은 돈을 걸어놓았을 것이고, 그래서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악의적이었다.

루나를 위한 변명

근데 이런 취약점은 종류만 달랐을 뿐이지, 지금까지 다른 코인들도 다들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악성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똘똘 뭉쳐서 지금까지 버텨내 왔다. 모두의 합의 하에 취약한 프로토콜도 보완해서 바꿔왔다. 그래서 초창기의 비트코인보다 지금의 비트코인이 훨씬 견고하고, 지금도 여러 업데이트들이 예정되어 있다. 이더리움 같은 경우는 더하다.

이것은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설령 헛점이 있어도 다들 모른척 눈감아주고, 시간을 벌면서 취약점을 고쳐왔다. 사람들의 선의로 지탱된 것이다. 이번 같은 악의보다 선의가 더 컸다.

심지어 이번에는 테라와 루나 개발자 권도형에 대한 인성 논란까지 있었다. 아니 아이돌도 아닌데 왠 인성 논란? 물론 나는 아이돌의 인성 논란도 대체로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같은 경우 권도형의 거만한 태도도 솔직히 그렇게 대단한 편이 아니었다.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기 위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인성을 공격했던지, 아니면 시장이 공포에 휩싸여서 자연스럽게 인성 공격까지 다다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해가 안 되는 폭락을 이해하기 위해 억지로 이유를 찾아낸 건지도 모르겠다.

또 지금 루나와 테라의 가치를 복구하기 위해, 공격을 받기 직전 시점으로 돌아가 포크(fork)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많은 비판이 있다. 하지만 나는 MMORPG의 백섭 같은 개념이라서, 최선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선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백섭하면 많은 유저들이 엄청 싫어하지만, 사실 그것만큼 게임 내 경제를 회복하기 좋은 방법도 없다. 물론 그것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다 떠나면 게임이 유지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재밌다면 유저들은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게임을 계속할 것이다. 코인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루나는 Layer-1으로서 100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들의 기반이 되어 주었다. 활용도가 높은 코인이었다. 그런 실용성은 여전하다. 단지 가치가 하락했을 뿐이다. 가치가 폭락했어도 여전히 코딩 관점, 개발자 관점에서는 재미있는 코인이다. 어쩌면 프라모델 같이 많은 돈을 들여서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취미용품 같은 것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Published
Categorized as xacdo

By xacdo

Kyungwoo Hyun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