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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표 전략의 전유(도둑질)

소수자로서 과대표 전략은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가 전체 인구의 5%라고 가정하면,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같은 목소리를 낼 때 이 비율은 5대 95가 된다. 이러면 소수자는 다수자를 이길 수가 없다. 이 목소리를 1대 1로 내려면 소수자는 다수자의 최소 19배로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그래야 5*19=95가 되어 95대 95로 비슷해진다. 이건 비슷해지는 얘기고, 이기려면 19배보다 더 크게 소리쳐야 한다. 소수자는 아주 많이 과대표되어야만 다수결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물론, 여성 인권운동(페미니즘)도 마찬가지였다. 인구숫자로는 여성과 남성이 비슷할 지 몰라도, 여성이 가지는 위상은 남성에 비해 낮았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여성운동가들이 남성운동가에 비해 목소리를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냈다. 그 과정에서 거짓말도 했지만 전략적 거짓말로 이해하며 넘어갔고, 논리적인 비약도 있었지만 전략적 비약으로 이해하며 넘어갔다. 이것은 기만(속임수)이라기보다는 자매애(시스터후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강한 움직임(운동)에는 반드시 백래쉬(반동)이 따른다. 소수자가 나름의 입장이 있듯이 다수자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 밀린다 싶으면 밀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이익이 줄어든다 싶을 때 그럴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남녀비율이 5대 5로 동일한데, 상위 직급의 남녀비율이 6대 4라고 가정하자. 이 상위직급을 6대 4로 기대하고 입사한 사람 입장에서 5대 5로 바꾼다고 하면 반발할 수 있다. 자신의 승진 가능성이 줄어드니까. 물론 실제로 줄어든다기보다는 기대보다 줄어드는 것이겠지만. 여기에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남녀비율을 4대 6까지 늘린다고 하면, 여성 입장에서야 늘어나겠지만 남성 입장에서는 줄어들 것이다. 마음으로는 공감할지 몰라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면 그렇게 순순하게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다수자 사이에서도 소수자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사원들 중에서도 승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애매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낮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승진 가능성이 높거나 애매한 사람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낮은 사람들이 문제다. 이 집단이 5대 5 또는 4대 6 승진 정책에 가장 불만이 많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여성들이 썼던 과대표 전략을 따라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의 전략을 도둑질해서 사용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다수자가 소수자의 과대표 전략을 전유하는 것이 나는 최근의 백래쉬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소수자의 과대표보다 다수자의 과대표가 힘이 더 세다. 똑같은 식으로 나오면 원래 힘이 센 쪽이 이긴다.

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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