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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농장

옛날옛날에 작도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작도군은 침대에 누워서 바나나를 먹는 것을 좋아했어요. 한입 베어물면 입안 가득히 퍼지는 달콤하고 새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맛!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바나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마 한명도 없을 거에요. 특히 이 맛있는 바나나를 침대에 누워서 먹으면 그 맛과 편안함으로 마치 천국에 온 듯 황홀한 엑스터시를 맛볼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는 생각했어요. 이렇게 맛있는 바나나를 평생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는 필리핀에 있는 델몬트 바나나농장에 가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맛있는 바나나를 먹으며 그는 매일매일 성실히 일했답니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매일매일을 바나나를 먹으며 성실히 일하는 작도군을 지켜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으니, 그는 농장주인 데낄라 할아버지였어요. 올해로 80세를 맞는 데낄라 할아버지는 곧 은퇴를 하고 자식들에게 농장을 물려주려고 했지만, 성실히 일하는 작도군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곤 하였어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점심으로 나온 바나나우유를 보면서 동료 산체스가 말했어요. “아! 이젠 바나나가 아니라 바나나우유만 봐도 질려! 정말 싫어!” 이 광경을 목격한 작도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체스에게 소리쳤어요. “아니 뭐야! 이렇게 맛있는 바나나를 어떻게 질려할수가 있지? 보라고, 나는 짧지만은 않은 내 인생 21년동안 단 하루도 바나나를 먹지 않고 지나친 적이 없어. 바나나는 내 삶이자 나의 전부야! 자 보라고!” 하며 산체스의 바나나우유를 꿀꺽꿀꺽 원샷으로 마셔버리고 말았어요. 다 마신 작도군은 입가에 묻은 우유자국을 마치 광고에 나올듯한 웃음을 지으며 닦았어요. “이봐 산체스, 나와 함께 바나나에 이 작은 한 몸을 함께 불살라보지 않겠나?” 산체스는 이미 감동과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어요. “작도군! 내가 잘못했네! 우리 함께 바나나에 한평생을 바쳐 세계를 바나나제국으로 만들어버리세!”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데낄라 할아버지는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나나농장을 작도군에게 물려주기로 결정했답니다.

바나나농장을 물려받은 작도군은 필리핀에 콕 쳐박혀서 군대도 안 가고 매일매일 바나나만 실컷 먹으며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음악: 2002년 1월 12일 즉흥
글: 2002년 1월 16일

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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