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도미넌스와 기대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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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태어난 배경 중 하나는 정부의 통화 공급에 저항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은 원화를 공급하고, 미국 연준(FRB)은 달러를 공급한다. 달러를 얼마나 공급할지는 그들에게 달렸다. 정부가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이나 짐바브웨처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돈을 찍어내면 경제가 와장창 무너지기때문에 조금씩 찍어낸다.

비트코인은 이렇게 돈이 점점 늘어나는게 싫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총 공급량을 210만개로 정하고 더 이상 늘리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같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돈의 권력을 정부에게서 빼앗아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레지스탕스였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아류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비트코인의 아이디어와 코드는 모두 공개되어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베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지코인은 3시간만에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코인들의 공급량을 비트코인은 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총 코인들의 공급량이 계속 늘어났다.

비트코인은 정부에게서 통화 공급량 권한을 빼앗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코인들의 통화 공급량 권한까지 빼앗아올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무분별하게 찍어낸 코인들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럼 전체 코인 중에 비트코인의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2021년 10월 5일 현재 43%이다. 수많은 아류 코인들이 나온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비트코인이 다른 코인보다 낫다고 믿고 있다.

그럼 다른 코인들도 비트코인처럼 총 공급량을 제한해야 할까? 예를 들어 이더리움이나 도지코인은 총 공급량을 정하지 않았다. 공급 속도를 개발자들이 임의로 계속 수정하고 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절하게 조정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개발자 집단이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돈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돈은 재화를 교환하는데 쓴다. A가 아이스크림을 가졌고, B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 B가 A에게 천원을 내고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B가 과자를 가졌고, A가 과자를 먹고 싶을 때, A가 B에게 천원을 내고 과자를 사먹는다. 이렇게 A와 B가 천원을 매개로 아이스크림과 볼펜을 사먹다보면, 아이스크림과 과자는 먹어서 없어진다. 돈의 역할은 재화를 소모하는 것이다.

통화량의 공급은 재화의 소모를 촉진한다. 이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을 더 빠르게 소모하도록 돈을 더 많이 빠르게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비싸고 좋게 만들게 하고, 집을 더 많이, 비싸고 좋게 만들게 한다. 즉 돈의 역할은 인간의 복지에 있다.

집값도 사람들이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집을 더 많이 만든다. 그리고 더 비싼값에 팔리도록 더 좋게 만든다. 그래서 그만큼 주거의 질이 좋아진다. 사람들이 좋은 집에서 편안하게 머물도록 한다. 그러면 집값이 오르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면 비트코인은 이런 돈의 역할을 하고 있나?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나? 비트코인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한 그렇다. 비트코인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서 시세차익을 거둔다. 그것은 없던 돈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서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면 비트코인의 가격이 정당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비트코인은 총 공급량을 제한해서 더 이상 많이 소모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총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이것은 비트코인을 먼저 산 사람이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나중에 산 사람이 더 적은 가치를 가진다. 새로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살 수록, 먼저 산 사람들이 이익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사람들을 홀릴 수 있다. 이건 사기가 아닌가?

이것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사기가 아니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사기다. 그러면 도박이 아닌가? 도박보다는 낫다. 예를 들어 블랙잭의 기대값은 0.96이다. 100원을 걸었을 때 96원을 따는 셈이고, 4원은 카지노 딜러가 가져가는 셈이다. 이것을 n번 하면 0.96의 n승이므로 결국 0에 수렴한다. 카지노가 다 가져가는 것에 가까워진다. 그럼 비트코인의 기대값은 얼마일까? 오를땐 1보다 크고, 내릴땐 1보다 작다. 이것을 n번 하면, 오를땐 무한으로 수렴하고, 내릴땐 0에 수렴한다. 오를땐 도박이 아니고, 내릴땐 도박이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해왔다. 그럼 이 상승장은 어디까지 갈까? 언제까지 사기가 아니고 도박이 아닐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람들의 믿음에 달렸다. 이 가치가 거품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의 기대에 달렸다.

사실 이것은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의 기능은 기업의 경영 방향을 표결하는데 있다. 이사회 멤버를 변경하는 등의 중요한 결정을 할때, CEO가 임의로 결정하지 못하고 주주들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이익을 배당금으로 분배받는데 있다. 하지만 요즘 주가는 이런 경영권과 배당금의 가치를 훨씬 넘어섰다. 애플의 배당금은 0.67%에 불과하고, 아마존이나 테슬라는 아예 배당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표결을 잘 요청하지도 않는다. 이미 이사회 멤버라던가 회사의 방향성이 굳건하게 잡혔기 때문에, 표결에 부칠만큼 중요한 의제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금의 주가는 정당하지 않다.

금도 마찬가지다. 금의 실용성이나 아름다움에 비해 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나도 금괴 1kg을 책상 위에 장식품으로 두고 싶지만, 2021년 10월 5일 현재 6800만원이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만큼 작은 크기의 금이지만 너무 비싸다. 그럼 금은 왜 이렇게 비싸진걸까? 애플 주식은 왜 이렇게 비싼걸까? 비트코인은 왜 비싼걸까? 사실 답은 모두 같다. 사람들의 믿음 때문이다. 믿음의 크기가 6800만원은 된다.

이런 신뢰가 계속 커지는 한, 이 모든 것은 도박이 아니다. 비트코인의 도미넌스가 높은 한, 비트코인은 도박이 아니다.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는 한, 모든 것이 괜찮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서 희망을 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와장창 무너질 것이다.

이 희망과 절망은 갑자기 올 수도 있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올 수도 있다. 이렇게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며 시장은 적절한 신뢰의 크기를 조정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씩 그 희망의 크기를 늘려가며 인간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빠르게 소모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일까? 지구에 죄를 지으며 번영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런 팽창의 속도는 조절되어야 한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절한 속도로 선하게 번영해야 한다. 이러려면 사람들이 이런 이상적인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이런 꿈같은 합의가 이루어질까? 그 합의가 지속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다 합치면, 장기적으로는 합의가 지속되어왔다고 본다. 나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인간의 역사에 계속되기를 바란다.

주의사항: 암호화폐 투자는 지극히 위험하며 100% 손실도 가능합니다. 저는 제 자산의 1% 미만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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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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