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사회의 고루함

  • LA에 산다고 하면 미국의 최신 것들을 많이 접할 것 같지만, LA의 한인 사회는 의외로 고루함. 20-30년 정도 뒤쳐져서 업데이트가 되고 있음
  • 예를 들어 (지금은 철거됐지만) 코리아타운 근처의 맥도날드 앞에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빌보드가 있었음. 한인들은 맥도날드를 즐겨 먹고, 특히 일요일 예배를 드리고 맥도날드에 모여서 뒤풀이를 하는 편. 맥도날드가 다른 햄버거 체인점들에 비해 너무 기름지거나 너무 짜지 않아서 한인 입맛에도 맛는 편이기도 하고,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 그래서 맥도날드 앞에 박근혜 석방 광고를 한 것 같음.
  • LA 한인들도 한국 투표에 많이 참여하는데, 이래서 보수 표가 많이 나옴.
  • 나는 집에서 TV 안테나로 지상파 한인 채널들을 봄. MBC, SBS, YTN, 그 외의 많은 기독교 채널들이 있음. 라디오 방송도 있는데 FM은 없고 전부 AM이라 음질이 나쁨.
  • 한인 TV광고도 상당히 조악함. 음악도 엉망으로 쓰고, 한글 폰트, 색 조합, 시인성, 화면 구성, 스토리텔링, 편집 타이밍 등 많은 요소가 너무 엉망임. 미국인도 좋아하는 건강식품이라고 백인을 쓰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러시아 아니면 동유럽 이민자로 보이는 피부가 아주 하얀 모델에게 빨간머리 가발을 씌워서 ESL 교재에 나올 법한 영어 문장으로 대사를 시키면… MBC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음.
  • 한국에서는 “NO 재팬”운동 이후로 거의 사라진 일본 상품 선호도 여기는 여전함. 건강식품 “후코이단”(미역귀 분말 알약)이 대표적임.
  • 사실 후코이단은 일본에서 미역귀를 잘 안 먹고 버리기 때문에 나온 것. 한국은 미역국 끓일때 미역귀까지 다 넣고 끓이지만, 일본은 정갈하게 미역귀를 잘라내고 반듯한 미역 부분만 먹음. 하지만 건강에 좋은 성분은 울퉁불퉁하고 질긴 미역귀에 더 많다고 해서 이걸 건강식품으로 만든 것.
  • 도요타 선호도 강력함. 나도 혼다를 타고 있음. 사실 가성비는 기아, 현대가 더 높지만, 도요타, 혼다도 충분히 싸니까 기왕이면 안타본 것을 타고 있음.
  • 건강식품이나 뷰티 제품도 한국에서 철지난 것들이 LA 한인 사회로 유입되는 것 같음.
  • 평양 냉면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2000년대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달지 않고 드라이한 고기국물을 강조한 서울식 평양냉면을 단 한 집도 찾아볼 수 없음. 뉴욕에 우래옥이 생겼었지만 망했음. 나이 많은 분들은 새콤달콤한 냉면을 여전히 선호함.
  • 양념갈비도 마찬가지로 너무 달콤함. 심지어는 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도 LA와서 달달해졌음. 둘 다 달지 않고 상당히 드라이한 매운맛을 내는 떡볶이들이었음. 신전떡볶이의 후추맛도 상당히 줄어들었음. 이것이 나는 미국인들의 입맛보다는 미국 한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고 생각함. 미국에서 최근 파파이스를 시작으로 유행한 남부식 치킨 샌드위치를 먹어보면 상당히 드라이하게 매움. 미국인이라고 드라이한 매운맛을 싫어하는 게 아님.
  • 미국 한인 회사들의 임금도 평균 이하임. 한국어와 한인 사회를 편안하게 느끼는 분들이 낮은 임금을 감수하시는 것 같음.
  • 그래서 그런지 한인 상점들의 가격도 쌈. “안 깎아도 제일 싸다는 집” “김스전기”의 전자제품, 생활용품들도 아마존보다 쌈.
  • 심지어는 한인 병원도 쌈. 보통 미국에서 병원 예약을 잡으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데, 한인 병원은 예약 없이 즉시 방문하거나 며칠만에 방문 가능함. 물론 진료시간도 한국만큼 짧긴 함.
  • 그렇다고 한인 비즈니스들의 품질이 나쁜 것도 아님. 내 생각에는 한인 대상이 아니라 좀 더 넓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면 훨씬 많이 팔릴 것임.
  • 이것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H마트임. 가주마켓 등의 다른 한인 마트들은 자질구레한 한국 상품까지 취급해서 그냥 평범한 농협 하나로마트 같은 느낌이지만, H마트는 아시아 음식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도 많이 살만한 제품 위주로 간추려서 판매함.
  • 자바(Jobber) 마켓도 마찬가지임. 공식 이름은 LA Fashion District인 자바 마켓은 한국의 동대문 패션 도매시장 같은 곳임. 여기서 성장한 기업이 (지금은 파산했지만) 포에버21 이었음. 요즘 유행하는 최신 옷들을, 자잘한 디테일을 빼고 핵심만 적당히 베껴서 싸고 튼튼하게 만드는 패스트 패션 비즈니스임. 여기서 중요한 건 옷이 “짱짱한” 것임. 다른 패스트 패션들은 3개월 입으면 옷이 걸레가 되는데, 한인 옷들은 1년은 감.
  • 여담이지만 옷이 튼튼한 건 유니클로도 마찬가지. 아시아 특징인지도.
  • 하지만 한인 비즈니스의 단점은 너무 고루하다는 것임. 나이 많은 한인분들이 다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편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시류를 빨리 따라가지 않아도 잘 사줌. 그래서 닫힌 사회가 됨.
  • 코리아타운의 K-BBQ 골목도 마찬가지임. “강호동의 백정” 같은 경우 젊은이들이 엄청 많음. 한인의 비율도 낮음. 상당히 힙하고 세련되서 잘 팔림. 한인들만 소비하는 가게들은 이렇게 붐비지 않음.
  • 미국에서 한국적인 것은 이젠 트렌디하기까지 함.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굳이 한국적 요소를 지울 필요가 없음. 하지만 현재 한국보다 20-30년 뒤쳐진 고루함은 지워야 함. 그러면 성장할 여지가 아주 많음.
  • 그리고 NO MSG를 표방하는 음식점들이 많은데… 이제 MSG는 좀 넣어줬으면 좋겠음. 아니 굳이 MSG를 안 넣어도 감칠맛을 올리는 방법이 많은데, 미국인들이 감칠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걸 줄인 가게들이 많음.
  • 하지만 그것도 옛날 얘긴게, 요즘은 “Umami Burger”처럼 감칠맛을 강조한 가게들도 장사가 잘 됨. 베트남 쌀국수도 마찬가지. 이젠 미국인들도 아시아식 감칠맛에 익숙해졌음.
  • 한국도 요즘은 MSG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음. 그렇다고 80-90년대 외식처럼 감칠맛으로 범벅을 하는 건 아니고, 감칠맛을 살짝 올리는 정도로 세련되게 사용함. 이런 것도 미국으로 수입되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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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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