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위드 커피

코카콜라 커피맛이 새로 나와서 마셔봤다. 커피맛이 그렇게 강하진 않은데, 그것보다 당분과 탄산을 크게 줄인 것이 놀라웠다. 당분이 12온즈(355ml)에 18g으로, 오리지널의 39g의 반도 되지 않는다. 초바니(Chobani) 한 컵의 17g과 비슷한 수준이다. 맹맹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코카콜라가 이 정도면 덜 단 편이다.

카페인도 68mg으로, 오리지널 콜라의 45mg보다 그렇게 높지 않다. 레드불이 100mg, 스타벅스 커피 그란데 사이즈가 150mg인데 68mg이면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의 52mg보다 살짝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감미료도 평소 쓰던 아세설팜칼륨에 수크랄로스를 추가했다. 수크랄로스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맛을 내지만 좀 더 비싼 인공감미료인데, 2개를 섞어쓰니까 맛의 레이어를 쌓을 수 있다. 그래도 당분은 원래 쓰던 고과당(high fructose) 콘시럽을 고수했는데, 과당 특유의 상쾌한 단맛을 포기할 수는 없었나보다.

커피도 커피추출물을 쓰는 대신에 커피가루를 넣었는데, 그래서 에스프레소 맛보다는 인스턴트 커피 맛이 난다. 카페인이 68mg인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커피를 많이 넣지 않았다. 커피의 신 맛이나 쓴 맛이 거의 없고, 오히려 구수한 향을 추가했다. 한국 인스턴트 커피 맛에 가깝다.

그러니까 코카콜라 위드 커피의 핵심은 커피맛이 아니라 섬세한 균형에 있다. 콜라맛도 강하지 않고, 커피맛도 강하지 않고, 단맛도 강하지 않고, 탄산도 강하지 않고, 카페인도 강하지 않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균형있게 잘 섞였다. 그래서 나도 아내도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섬세한 맛의 콜라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 모르겠다. 2019년 다이어트 코크를 리브랜딩해서 다양한 과일맛을 냈는데, 이게 나도 아내도 섬세한 맛이라 좋아했지만, 잘 팔리지 않았는지 2020년에 단종되었다. 비슷한 예로, 감미료 스테비아를 써서 단맛을 줄였던 코카콜라 라이프도 단종되었다. 사람들이 코카콜라에 기대하는게 섬세함보다는 강렬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2018년에서 2019년에 생산된 코카콜라의 맛이 그 이전에 비해 약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코카콜라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2020년 생산분부터는 2017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예전만큼으로 되돌린 것 같다.

그만큼 코카콜라에서는 가볍고 섬세한 맛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게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콜라 광고도 예전처럼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하고 통쾌한 걸 살리기보다는, 우리 미국인들의 일상과 문화에 얼마나 코카콜라가 스며들었는지를 어필하는 편이다. 코카콜라는 (비록 건강에는 나쁘지만)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친구라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코카콜라를 호출하는 버튼을 두었던 것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사실 그렇게 콜라를 많이 마시는 미국 노인들은 흔하다. 워런 버핏도 (코카콜라 주식을 장기 보유해서이기도 하지만) 콜라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고, 워런 버핏의 친구인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로 콜라를 많이 마시고, 빌 클린턴도 다이어트 코크를 좋아한다. 참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콜라를 많이 마신다.

하지만 젊은 층에 콜라가 어필하냐 하면, 글쎄,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 차라리 탄산수, 저칼로리 과즙 음료, 아니면 콤부차 같이 자연주의적인 음료가 더 어필하는 것 같다. 비타민 워터도 일반 음료에 비해 당분을 50% 줄여서 흥행했고, 바이(Bai)는 그보다 당분을 더 줄여서 맹맹한 단맛으로 흥행했다. 라 크로이(La Croix), 버블리(Bubbly) 같이 아예 감미료조차 넣지 않고 씁쓸하게 과일 향만 내는 탄산수도 흥행했다.

이래서야 콜라는 노인들이나 마시는 불량 음료 아니겠나. 그래서 그런 옛날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중이고, 코카콜라 위드 커피도 그 시도의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다이어트 코크 과일맛도 망했고, 코카콜라 라이프도 망했고, 코카콜라 오리지널의 맛을 순하게 한 것도 왠지 망해서 되돌린 것 같고, 이번 코카콜라 위드 커피도 아직 망하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하다.

이런 순한 콜라는 나같이 노인과 청년 사이에 애매하게 낀 세대나 좋아하는게 아닐까 모르겠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들이 많이 사먹으면 그래도 좀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나도 콜라를 좋아하면서도 콜라가 몸에 나쁜 걸 아니까, 절제해서 일주일에 한두 캔만 마시고 있다. 이래서야 코카콜라 매출이 늘겠는가? 그렇다고 콜라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튼 힘내시고, 많이 파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상징 코카콜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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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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