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때 봤던 에바가 마흔이 되어서야 마침내 끝남
- 지긋지긋하지만 어쨌든 끝나줘서 다행
- 완결 안 된 유리가면, 헌터X헌터와 비교하면 참 고마움
- 이번이 3번째 엔딩. TV판, 극장판, 신극장판. 같은 얘기지만 이번엔 아스카 대신 마리와 엮음
- TV판에서는 신지 혼자 끝냈고, 신극장판에서는 아스카와 둘이 끝냈지만 둘이 잘 될리가 없었기 때문에 우울하게 끝냄
- 신지는 티격태격할 동급생보다는 엄마같은 연상이 어울림. 그래서 무려 엄마 유이와 동년배의 마리를 붙여줌… 오마이갓. 감독님 제발 깜빡이 좀 틀고 들어오세요
- 후반엔 너무 설정 과잉. 사실 모르고 넘어가도 되는데 마지막이라고 구구절절 설명
- 세컨드 임팩트, 니어 서드 임팩트, 포스 임팩트, 파이널 임팩트, 애디셔널 임팩트… 으아 이게 몇개야
- 롱기루스의 창, 카시우스의 창, 가이우스의 창… 제발 그만
- 인간이 자연에 지은 죄, 파괴된 문명, 이미 망한 세계지만 망한채로 다시 재건하는 인간의 노력, 이런 주제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았음 (감독이 지브리 출신이라 그런가)
- 그 외의 로봇 전투 장면들은 단순한 통과 의례에 불과
- 아스카, 미사토 등의 캐릭터도 너무 도구적으로 소모, 소외됨
- 에바를 정말 원없이 보여줌. 13호기까지 보여주고, 양산형 에바도 보여주고, 여기에 혹시라도 부족할까봐 모든 인간을 에바로 만들어 인피니티 에바까지 보여줌. 이 정도면 평생 볼 에바를 전부 본 것 같음
- 멸망의 풍경은 사토 오사무, 아이다 마코토 등 일본의 세기말적 현대 미술 느낌
- 하긴 에바가 원래 세기말에 나왔던 작품이니 세기말 감성인게 당연
- 그게 이젠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서 지금 2021년에는 좀 구식 느낌임
- 마지막에 신지와 마리 둘이 손잡고 끝남. 안노가 아이를 가졌다면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이성애 커플이 정상 가족을 형성하며 끝났을 것 같음
- 안노 감독의 사소설로서 에바를 보면, 안노 감독은 키 180cm로 훤칠한데다 잘생겨서 이성에게 인기있고 사회성도 좋았다고 함
- 그러니 아무리 오타쿠라 하더라도 연애하고 결혼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게 당연했음
- 그러니 신지와 마리가 이어지는 것도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싶었을듯
- 그리고 이런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치환해서 해결하는 것도 시대가 지난 느낌
- 요즘은 개인적 측면보다는 사회적 측면에서 좀 더 거시적으로 보려고 했을 것임
- 물론 그런것까지 이 작품에 바라기는 무리였을듯
- 많은 한계와 단점들이 남아있지만 그 안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결말로 보임
- 그래서 그렇기도 하고, 오랜 팬이기도 해서 참 뭐라 지적하기가 어려움
- 그래서 기대보다 못했다는 실망보다는, 그래도 나름 수고했다는 격려를 보내고 싶음
- 이제 안노 감독도 환갑이 되셨으니 에바는 졸업하시고 신 울트라맨, 신 가면 라이더로 뵜으면 좋겠음. 에바는 이제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