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얘기지만 대학원 석사 때부터 변이 질어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물을 내려도 질척한 변이 변기에 달라붙어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서 변기 레버를 깊숙히 오래 눌러서 물을 최대한 내려보내고, 변기 뚜껑을 열어 잔여물이 남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아직 남았다면 여러 번 더 시도해보고, 그래도 더러우면 화장실 솔을 찾아서 닦아야 했다.
변기가 아니라 내 엉덩이에 잔여물이 남기도 했다. 그럴땐 화장실용 물티슈가 도움이 됐다. 그게 없으면 휴지에 물을 묻혀서 닦았다. 평소에 엉덩이까지 면도하는 것도 도움이 됐다. 안그러면 엉덩이 피부에 염증이 생겼다. 이게 심해지면 피부에 물만 닿아도 쓰라렸다.
방귀 냄새도 지독해졌다. 내가 맡기에도 지독했다. 주위 사람들이 눈살을 찌부릴 정도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속이 부글대면 화장실에 가서 약간이라도 변을 보고 아래를 깨끗하게 닦았다. 그러면 방귀가 덜 나오고 냄새도 덜 지독했다. 한국에서는 처방약이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약으로 살 수 있는 장내 가스 제거제 “Gas-X”를 미리 먹어두는 것도 좋았다.
이런 고통은 단백질과 증점제(thickener)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심해졌다. 미국인들은 걸쭉한 질감을 좋아한다. 프로틴 셰이크도 걸쭉한 걸 좋아하고, 프로틴 바도 쫀득한 걸 좋아한다. 그렇게 프로틴 파우더나 프로틴 바에 증점제가 들어가면 변이 질어졌다.
내가 생 야채를 먹으면 속이 부글거릴때가 많아서, 대신 정제 섬유질 가루를 먹었다. 아카시아 섬유질 가루가 좋았지만, 물에 잘 안 녹아서 한참을 저어야 했다. 그래서 물에 잘 녹는 베네파이버(Benefiber)를 먹어봤는데, 간편했지만 변이 오히려 더 질어졌다. 여러 섬유질 제품을 테스트해봐서 나한테 맞는 걸 찾아야 했다. 결국 가장 귀찮은 아카시아 섬유질이 하필이면 나에게 가장 잘 맞았다.
프로바이오틱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제품은 오히려 속이 더 아팠다. 유산균 종류가 같아도 그런게 있었다. 그래서 현재는 자로우 도필러스(Jarrow Dophilus) 250억짜리를 먹고 있다. 하필이면 비싼 제품이 나에게 잘 맞았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봤지만 문제가 없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인가 해서 항생제 치료를 해봤으나 변화가 없었다. 그냥 장 기능이 노화한 것이었다.
이제 곧 마흔인 나에게 노화란 질척거리는 변 같은 것이다. 남에게 말하기 구차한 일상의 자잘한 고통이 늘어나는 것이다. 너무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하지 않고, 천천히 꼭꼭 씹어먹고, 섬유질과 유산균을 챙겨 먹고, 영양 성분표를 잘 봐서 증점제가 많은 건 먹지 않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자주 화장실에 가서 억지로 속을 비우고 뒤를 잘 닦아야 한다. 변기 레버를 끝까지 오랫동안 눌러야 한다. 그런 후에 변기 뚜껑을 열고 잔여물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일상의 크고 작은 고통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심해진다. 단순히 변을 보는데도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작은 짜증들이 쌓여간다. 그래도 관리를 잘 하면 괜찮은데, 그 관리할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예전엔 괜찮던 것도 어느 순간부터 괜찮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나이를 먹는게 싫은가? 싫긴 하지만 좋기도 하다. 젊었을 때도 배가 자주 아팠지만 적당히 넘어갔다. 이젠 하도 자주 아파서 공부를 많이 했다. 왜 아픈지 알고, 어떻게 하면 안 아플지 안다. 사실 난 젊었을 때도 그렇게 젊지 않았다. 애늙은이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젠 그냥 늙은이다. 나는 바뀐게 없는데 겉과 속이 비슷해진다. 이제야 나의 껍데기를 찾는 것 같다.
요즘 나보다 3살 어린 나의 아내가 내가 겪었던 노화 과정을 따라오고 있다. 나는 아내에게 내가 겪었던 노화를 전수해준다. 내가 아내보다 먼저 늙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아내에게 내가 먼저 노화의 길을 닦아놓을테니, 안심하고 따라오라고 말한다. 아내는 질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