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술, 셀처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 속이 부글부글하고 배가 차가워진다. 그래서 맥주를 잘 못 마신다. 요즘 새로 나오는 아주 가벼운 질감의 라이트 맥주들은 그나마 좀 낫다. 한국 맥주 중에는 카스 프레시가 그렇다. 아주 맑게 걸러낸 것 같은데, 그 걸러낸 뿌연 것들이 속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런 뿌연 질감의 발효주들이 나한테 잘 안 맞는다. 와인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고, 사케도 그렇다. 사케 중에서는 쿠보타 만쥬가 특히 그랬다. 다른 사케보다 훨씬 실크같이 뿌연 질감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땐 참 부드러운데, 막상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발효주들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 셀처(seltzer)가 유행이길래 마셔봤다. 셀처는 탄산수라는 뜻이고, 엄밀히 말하면 하드 셀처(hard seltzer, 알콜이 들어간 탄산수)지만 그냥 셀처라고 한다. 특히 화이트 클로(White Claw)라는 신생 브랜드가 셀처로 대박을 쳤다. 맥주와 비슷한데 맥주보다 훨씬 깔끔하고 저칼로리에 거의 저탄수화물이라서 살도 찌지 않는다는게 셀링 포인트였다.

근데 사실 그런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은 그 전에 유행했던 라이트 맥주도 그랬다. 미켈롭 울트라도 한 병에 100칼로리가 안된다. 그럼 뭐가 다른가? 맥주는 발효주지만, 셀처는 증류주다. 화이트 클로의 베이스는 주정이다.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 말이다. 주정에 탄산수와 과일향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셀처는 속이 부대끼지 않았다. 뿌연 질감이 아니라 맑은 질감이었다. 과일 탄산 소주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물론 화이트 클로는 너무 주정맛이 나서 나는 싫어하고, 그보다는 미켈롭 울트라 셀처를 좋아한다. 이건 케인슈가(cane sugar, 원당) 주정을 써서 주정 특유의 쌉쌀한 알코올 향이 덜하다. 다른 브랜드도 케인슈가 주정이 더 부드럽고 좋다.

그리고 과일향도 화이트 클로보다 미켈롭이 더 세련됐다. 화이트 클로의 과일향은 좀 유치한 느낌이다. 처음 셀처를 개척한 원조 셀처인 만큼, 그 후에 따라 나온 셀처들이 좀 더 다듬어진 맛인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아이스티나 레몬에이드를 섞은 것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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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cdo

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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