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에서 자주 보는 오라클 광고. 마침 최근에 OCP를 따기도 해서 더 관심이 간다. 심플하게 빨간색 띠에 검은색 명조체. 정확히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구차한 말은 생략하는, 전형적인 프로그래머의 디자인. 애플 iPod 광고와 함께 요즘 정감있게 보는 광고다. 이런걸 보면 확실히 광고도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야 원체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광고 쪽에도 관심이 많다. 아마 광고를 리뷰하는 곳은 상당히 드물텐데 나는 광고도 리뷰한다. 작도닷넷 리뷰의 장에서도 이미 광고가 한 섹션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광고도 예술이고, 충분히 즐길만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즐기는 거야 사용자 쪽의 입장이고, 만드는 쪽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체 상업예술 쪽이 제약이 많긴 하지만 특히 광고는 더하다. 그냥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도 만족시켜야 되고 광고효과도 좋아야 한다. 일부러 돈 들여 광고를 냈는데 매출에 진전이 없으면 광고회사 망하지. 참 스트레스 받는 직업일 것 같다.
그래도 광고하려는 상품에 애정이 있다면 일이 즐겁겠지만, 도대체 좋은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구닥다리 상품을 억지로 광고하려면 얼마나 싫을까. 이 점을 나는 예전에 테크노마트 광고에서 절실히 느꼈다.
테크노마트. 마침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가까이에 생겨서 무지하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용산 이미테이션 정도로 생각했는데, 강변CGV를 필두로 백화점을 능가하는 종합 놀거리로 자리하면서 아주 잘 나가고 있다. 문제라면 값이 그리 싸진 않다는 점. 편의시설도 미묘하게 부족하고.
자, 이런 테크노마트를 광고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매출은 상당히 좋아서 별로 광고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현상유지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 탓에 특별한 목적도 없다. 처음같은 전자제품의 메카라는 이미지도 많이 퇴색한 별다른 장점도 없는 이곳을 어떻게 광고해야 할까.
결국 나온 광고는 '고르는 즐거움~' 이었다. 테크노마트가 63빌딩에 1.6배라고 하지. 그만큼 가게가 많으니 물건도 많을테고. 그것을 단 10층 안에 전부 돌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싸지도 않고, 좋지도 않지만, 물건을 고르기는 좋잖아." 는 식으로 광고가 나온 것이다. (지금은 고를게 많다 -> 좋은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높다 -> 10년 쓸거 테크노마트에서 고르자 로 변했다)
정말 나는 이 광고문구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야 참 잘도 이런 없는 장점 찾아내느라 고생했겠다. 정말 광고쪽 사람들은 고달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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