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좋은생각에 이어 이번달에는 샘터를 보고 있는데 여전히 재미있다.
이런 조그만한 2천원짜리 잡지. 정말 세상사는 온갖 이야기들이 빼곡히 들어있는 잡지를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아쉬울 정도.
이게 생긴건 조그매도 의외로 내용이 많아서 읽는데 며칠씩 걸린다. 특히 군대에 있을때 많이 읽는다는데. 시험기간에도 좋지. 학점킬러 라고나 할까.
어쨌건 생각난게 있어서 적어두련다.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
잡지에서나, 혹은 TV에서나. 말을 쭉 하다가 꼭 이렇게 끝내는 사람들이 있다. 많이들 들어봤겠지만 항상 똑같다.
"선생님 사랑해요~" "아버지 어버니 사랑합니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중고등학생이다. 말을 하다가 어떻게 끝을 내야 될지 모르는 것이다. 별 수 없이 정말로 상투적인 이런 말로 끝낼 수 밖에.
하지만 그런걸 모르는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세상에는 그런 책도 없다. "말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가"에 대한 책도 없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교과서에 써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몰라도 큰 상관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왜 우리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이나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 세상에는 말하여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약속들도 엄청 많다. 하지만 세상은 한마디도 해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실수연발에 온갖 수난을 당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지난 학창시절은 무지로 인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말해주지 않는 것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가.
하지만 이제서야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실은 자기들도 그 대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나이쯤 되면 대충 어떤건지 알긴 하지만 그게 너무도 허접해서 차마 자기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하얀 백지부터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른채 시작한다면, 자신의 꽉 차버린 낙서 덩어리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맹목적인 믿음에 기초하여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아이들은 거칠게 키워야돼 하는 것도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삶의 리셋을 보려는 것이다.
정말로 힘들다. 말하여지지 않는 것을 듣기는 정말로 힘들다. 끊임없는 추측과 가능성에 대한 도전만이 그것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힘이 될 뿐이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해보는 것이, 그것이 설령 더 나빠질지는 몰라도, 자신만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 근데 이 글을 어떻게 끝내야 되는 거야. 나도 수습이 안되네. 할 말은 대충 다 한 것 같은데 결론이 뭐지?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 사랑해요~
신파조
세상에는 참 슬픈 일도 많다. 지난 두달간 좋은 생각과 샘터를 보면서 느낀 것이다. 어쩜 이렇게 가슴아픈 일이 다 있을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적시며 측은한 마음 감출 길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슬픈 이야기를 보면 재밌어 죽겠는데 남들은 이젠 지겹댄다. 그런걸 신파조라고 한다나. 뻔히 보이는 스토리에 구구절절한 이야기. 그런거야 닳고 닳도록 들었기 때문에 이젠 더이상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거야 지하철 조금만 타고 가다보면 듣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중 한 케이스를 소개하자면,
"저희 남편은 실업자가 되어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것을 비관하여 집을 나가서 6개월이 되도록 소식이 없습니다. 남편이 없는 우리 가족의 생활은 비참하리 만큼 엉망이 되어 버렸고 지금은 보증금도 없는 비닐하우스 단칸방에서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엄마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세아이를 바라보면서 더이상은 이렇게 살아갈 수 없기에 굳은 결심으로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의 작은 소망은 어린 세아이와 남편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러 선생님과 사모님 작은 도움이나마 우리 가족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십시요. 복잡한 차내에서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같은 것이다. 이거야 일요일일요일밤에 신동엽의 러브 하우스에서도 숱하게 나왔던 얘기고, 이른바 신파극이라는 것에서도 수없이 되풀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슬픈 것이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워낙에 문화에 미개한 나로서는 이런 뻔한 이야기들도 어찌나 슬픈지 모른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에 지갑을 꺼내진 않지만 어쨌든 슬픈 건 슬픈 거다. 그게 뻔한 스토리던 안뻔한 스토리던 그런걸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세상이 암울하게 보인다.
어쩌면 그런 슬픈 이야기가 나에게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저정도까지는 아니잖아 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도 결국 삼천포로 빠졌군. 선생님 사랑합니다. | |hit:1186|200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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