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위생 기록

몸은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매일 목욕하고, 아침 저녁으로 이를 닦고, 자주 손을 씻고, 로션을 바르고, 손톱과 발톱을 깎는 등의 많은 일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정말 귀찮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그래야 병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나치게 기쁘거나 슬프면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너무 지루하다 싶으면 재미있고 능동적인 걸 찾아서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를 해결하거나 피하고, 너무 말을 안했다 싶으면 수다도 떨고, 너무 집이나 사무실에마 있으면 밖에 나가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나쁜 마음이 들면 자제하고 좋은 마음이 들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병들지 않는다.

하지만 병들 때도 있다. 이빨을 잘 닦지 않아서 충치가 생길수도 있고, 샤워하면서 발을 잘 닦지 않고 하루종일 구두를 신고 다니면서 땀이 차서 무좀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치과에 가서 충치를 치료하고, 약국에 가서 무좀약을 사서 발라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일이나 가정의 스트레스로 마음이 다쳤는데 그런 아픔을 외면하고 잘 돌보지 않다가 마음이 병들 수 있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무좀에 걸렸는데 무좀약을 바르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무좀약을 발라도 한 달은 꾸준히 발라야 낫는다. 귀찮다고 자꾸 빼먹으면 잘 낫지 않는다. 양말도 통풍이 잘 되는 재질로 바꿔 신고, 답답한 구두를 신고 다니다가 시간이 나면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잠시 양말을 벗고 발을 말려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병도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해야 낫는다.

그런데 어떤 병은 평생 낫지 않기도 한다. 진한 커피를 자주 마셔서, 커피에 있는 카페인이 이뇨 작용을 해서 과민성 방광염에 걸렸다면, 방광을 덜 예민하게 해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약을 먹을때만 괜찮고, 약을 끊으면 재발한다. 그러니까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마음의 병도 종류에 따라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면 어떻게 되나? 그냥 평범한 마음이 된다. 하나의 사람으로서 평범하게 기능하는 것이 목표다. 충치를 치료한다고 해서 치아가 대단히 튼튼해지는 것도 아니고, 무좀을 치료한다고 해서 발이 엄청나게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다. 과민성 방광염을 치료한다고 해서 화장실을 일주일에 한번만 가도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충치를 치료한 치아를 가지게 되고, 무좀을 치료한 평범한 발을 가지게 되고, 하루에 두세번만 화장실을 가도 되는 방광을 가지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청결하지 않으면 한 사람으로서 기능하기 어려워진다. 밥을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적게 먹을 수 있고,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거나 너무 안 만나게 되고, 매일 밤을 새서 몸을 축내거나 눈만 뜨고 아무것도 안하게 되고, 회사에 출근하거나 퇴근하지 못하게 되고, 한 가정의 아들이나 남편이나 아빠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삶을 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을 치료해야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은 누구의 탓일까? 이런걸 따지자면 끝도 없다. 내가 무좀에 걸린 건 이 세상이 나를 꽉 조이는 양복과 통풍이 안되는 멋진 구두를 신게 만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정부 관리 앞에서 훌륭한 모습으로 제안서를 발표해야 하고, 여러 사무실을 찾아다니면서 담당자를 만나야 하고, 그러다보면 발에 땀이 차고 쉴 새가 없다. 내가 무좀이 걸렸다고 해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정부 관리를 만날 순 없다. 무좀은 특정한 드레스 코드를 강제하는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좀을 그냥 둘 것인가? 사회의 부조리는 부조리고, 내 발은 내가 돌봐야 한다. 약국에 가서 무좀약을 사서 꾸준히 발라야 한다. 그래도 낫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먹는 무좀약을 병용할 수 있고, 레이저 치료나 수술도 가능하다. 그래서 나의 사업 제안서를 정부 관리에게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펀딩을 받을 수 있다. 무좀을 치료해야 내가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기능할 수 있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구구절절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하나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치료해야 한다. 그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게 아니다. 그냥 피부과를 가듯이 정신과를 가면 된다.

하지만 피부과와 달리 정신과는 이상하게 가기가 두려울 수 있다. 내가 “피부병자”라는 것은 인정하기 쉬워도, “정신병자”라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 수 있다. “무좀인”이 되는 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정병인”이 되는 건 용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쉽게 예를 들었지만, 실제로 피부병보다 정신병이 대체로 더 심각하다.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으면 실비보험도 가입이 안되는 건 아닌데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 암에 걸린 이력이 있으면 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같다.

실제로 암에 걸렸는데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는 분들도 많다. 너무 큰 병에 걸려서 치료할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차라리 암에 걸려서 천천히 죽어가는 쪽을 택하기도 한다. 느린 자살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신병은 그정도까지 큰 병은 아니다. 물론 무좀이나 방광염보다는 큰 병이지만, 암 보다는 가벼운 병이다. 의사를 믿고 꾸준히 치료하면 대부분 낫는다. 그렇다고 그냥 냅두면 느린 자살에 가까워질 수 있다. 가벼운 증상일때,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더 좋기도 하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암 치료도 저렴한 방법이 많고, 돈이 없어도 국가 및 민간 지원 프로그램이 많으니 꼭 상담을 받길 바란다. 모든 병이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는 당신을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는 2017년 대학원 유학을 앞두고 처음 정신과를 갔다.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프리스틱 25mg을 먹었고, 대학원때는 프로작을 20mg에서 40mg까지 늘려가며 먹었다. 2019년 취직하고 우울증에서 조울증으로 진단을 바꿔서 라믹탈을 200mg까지 늘려가며 먹었고, 여기에 세로퀄 25mg를 추가했다. 2021년 코로나 재택근무시 집중이 너무 안되서 애더럴 5mg를 몇개월 먹었는데, 효과는 좋았으나 성기의 강직도가 감소해서 중단했더니 원래대로 돌아갔다. 2022년 귀국 후 라믹탈을 100mg로 하루 2번 먹는 것으로 바꿨고, 세로퀄 25mg는 지속했고, 애더럴은 메디키넷리타드 20mg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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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woo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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