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호빵맨을 본것은 엄마가 빌려온 무슨 단편만화 모음집 비디오에서였다. 내가 어렸을적 우리 엄마는 무슨 남자애한테 밍키니 페루샤니 참 다채로운 비디오를 빌려다주면서 폭넓은 취향을 키워 주셨고 덕분에 지금 남성향 여성향을 불문하고 야하다면 뭐든 좋아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때 헬리콥터가 착륙하면서 그 바람으로 페루샤의 팬티가 보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비디오 느린재생으로 보면서 확인했더니 팬티를 색칠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서 실망이 컸더라 하는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
어찌됬건 내가 처음 호빵맨을 볼때만 해도 어린이용 단편 애니메이션 중 단편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만 하도 '단팥빵맨'이라고 번역이 됬는데 사실 단팥빵이든 호빵이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앙꼬빵이라고 해야할까.. 안에 팥속이 들고 겉이 맨질맨질한 빵이 있는데 그것의 이름을 따서 일본어로는 앙팡맨을 번역한 것이니.. 우리나라 말로 딱히 번역할 게 없어서 이랬다 저랬다 그랬다. 사실 우리나라 빵집에서도 자주 파는 거지만, 우리나라 빵집은 왠지 이름 붙이기를 싫어하는 것 같아 무슨 신메뉴가 나와도 도대체 이게 뭔지, 뭐 이름을 붙여놓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직원도 무슨 빵인지도 모르고 팔고, 그냥 가격만 적당히 매겨서 파는 것 같아 딱히 빵에 이름이 잘 붙지를 않는다. 그런 탓인지 인터넷에서도 그렇게 자주 보던 빵의 이미지파일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정말 인터넷은 정보의 쓰레기바다라니까. 나중에 빵집 가면 사진으로 찍어와야지 안되겠다.
하여간에 그때만 해도 세균맨도 없었고 식빵맨도 없었고 참 심플했다. 그냥 빵집 아저씨가 구워준 단팥빵에서 단팥빵맨이 되서 마녀를 무찌른다는 설정이었는데, 그러나 핵심 설정만은 있었으니 그 두가지는 '자기 몸을 먹인다'와 '머리를 바꿔치기한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빵이다보니 다치거나 힘든 상대에게 자기의 머리를 떼어 먹이면 힘을 차린다는, 어떻게 보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화면을 아동용 만화랍시고 파릇파릇한 애들에게 보여주고 그랬으니 어린 나이에 본인께서 얼마나 충격이 크셨겠는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신의 몸을 떼어줬다면 떼어먹힌 부분은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나? 아니다. 단팥빵을 새로 구워서 머리를 바꿔치기하면 된다. 이건 요즘에도 자주 나오는데 정말 쇼킹하다. 머리를 튕- 하고 당구치듯이 머리를 내동댕이치면.. 그럼 전에 있던 머리는 어떻게 되는거야! 참 그렇게 목이 날아가는 잔혹한 화면을 애들한테 잘도 보여주고 그런다.
어찌됬건 그런 쇼킹한 설정 덕인지 인기를 얻어 지금까지도 하는 장수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요즘에는 식빵맨 카레빵맨 세균맨 딸랑이 등 다양한 조연들이 나오지만, 역시 처음처럼 자기 몸을 떼어준다던지 목을 바꿔치기한다던지 하는 엽기적인 설정은 더이상 추가되지 않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아쉽고.. 여담이지만 딸랑이 저년은 맨날 뺀질뺀질한게 맨날 세균맨만 덤탱이 씌우는게 아주 얄미워 패주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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