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됬건 아침시간에 하는 SBS인가 MBC인가 하는 곳에서 본 건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진기명기들을 방송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아침시간답게 신인 리포터 하나 앞장세워 야~ 이거 맛있네요! 등등의 오버액션을 보여주는 유쾌한 분위기일거라 생각했다면 땡.
도저히 아침시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내용을 조금 소개해보자면
카사블랑카였나? 부에노스 아일레스였나. 하여간 어떤 남미쪽인지 아프리칸지 하는 쪽의 나라였다. (방금 네이버 검색으로 카사블랑카가 맞는 것 같다)
영화로 유명해서 다들 바람둥이를 생각하겠지만. 물론 겉모양새는 관광지로 쌔끈하다. 하지만 골목길로 들어가면 지독히도 못 사는 동네. 하루하루 끼니가 걱정인 이들의 달동네가 바로 이 카사블랑카의 뒷골목이었던 것이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다보니 나온 어떤 집. 이놈의 PD는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아버지는 없고 아들딸만 잔뜩 있는 집에, 어머니의 직업은 삵빨래. 시대가 어떤 시댄데 겨우 빨래에 바느질 해주고 어떻게 입에 풀칠하겠느냐 하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식구를 잘도. 아니 간신히 먹여살린다. 음식이라고는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발라 철판에 구운 뭔가 알 수 없는 빵 같은 아니 떡같은 뭔가가 전부. 그걸 삼시 세끼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사고로 머리를 다친 딸아이는 조울증이 있어서. 금방 기분이 좋다가도 화내다가도 슬프다가도. 도저히 직업을 가질 수 없는 형편. 아들 중 또 한 아이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서 양쪽 다리길이가 심하게 차이나서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 지경. 이렇게 많은 식구가 형편없는 방에서 같이 살아가는 형편에.
그런데 내가 놀랬던 것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데도 불구하고 그 가족은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매일이 피곤하고. 때론 빨래감이나 바느질감이 없으면 그저 굶는 수밖에 없는 이 지독한 가난의 틈바구니에서도. 그리고 애들은 병신에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가족은 항상 웃었다. 그저 그냥 아무 이유없이 웃었다. 그냥 마이크를 갖다 대기만 해도. 말만 걸어도. 무슨 말만 해도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웠다. 평화로웠다.
불쌍하게 여긴 제작진이 그들에게 약간의 돈을 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 돈으로 양고기 스튜를 했다. 오븐이 없어서 대신 구워주는 집에 재료를 맡기고 나중에 구운 스튜를 가지러 왔다. 스튜를 들고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집에 오는 길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지나치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손에 든 스튜를 보고 내심 부러운 표정이다. 그리고 그 얼마 안되는 스튜를 온 가족이 나눠먹는다.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안그래도 즐거웠던 가족이 더 즐거워진 분위기다. 남은 돈으로는 아들의 다리 수술을 했다.
아마도 아침프로다 보니 줄 수 있는 돈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의 사비에서 털어낸 돈일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이 행복한 가정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아마 그 PD는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가난하든 부유하든.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ps. 덤으로 거기서 봤던 에피소드 또 하나.
역시 관광지로 유명한 곳에. 그곳의 전통의상을 입은 꼬마애들이 서성이고 있다. 위의 카사블랑카와 마찬가지로, 솔직히 말해 관광지라서 외향만 삐까뻔쩍하게 만들어놨을 뿐이지 실상은 완전 달동네 뒷골목에 불과한 곳인데, 그곳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꼬마애들이 불안한 겁먹은 눈빛으로 배회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 아이들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면 무조건 겁먹은 얼굴로 접근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영문도 모르고 애들이 귀엽기도 해서 그냥 한방 찍어주기 일쑤. 그러면 애들은 사진찍은 값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 이 아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애들이 치맛자락을 잡고 안쓰럽게 안타깝게 물고 늘어지기도 하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주게 되지.
그러면 뒤에 숨어서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들의 부모는 그 돈을 꿀꺽. 쉽게 말해 앵벌이다.
...하여간에 이놈의 프로. 다시 보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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