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나는 인간이 너무 쉽게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당장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은 좀 짧다고 생각해서,
일주일 후에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한달 후에라도, 일년 후에라도…
그래서 지금은 한 10년 후에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살려고 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 음악을 듣고 싶어서, 내 글을 읽고 싶어서, 내 만화를 보기 위해 산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엔 위기에 몰리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안돼, 난 마엘과 함께를 완결해야 한단 말이야."
이쪽 분야의 가장 문제는 오리지널리티다. 여러 시도를 통해 나는 내 자신조차 팬이 될 정도로 확실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제는 그것을 머리속에서 뽑아내는 방법의 문제만이 남아있다.
즉 내가 생각하는 실력이란, 머리속에 있는 것을 실체화 시키는 능력이다. 이것은 랜덤으로 얻어지는 오리지널리티와는 달리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내 오리지널리티는 상업성이 부족해서, 전업작가로 삼을 정도까지 실력을 쌓을 시간은 포기할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부족한 실력으로 작품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얻기 쉬운 것도 있고 얻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곤란한 것은 과연 어떤 것을 얻을까 하는 선택의 문제다.
선택은 어렵다. 크게 얻는 대신 조금 잃는 것도 있고, 조금 얻는 대신 크게 잃는 것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이 어려운 것이다.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얻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잃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돌아보면 지금은 없는, 과거에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도 많다. 가슴이 아프다. 그런 아픈 과정을 앞으로도 계속 겪어야 한다는게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찌됬건 나는 되도록이면 잃고 싶지 않다.
선택의 문제 중에 하나의 관건이 되는 것이, 지금을 위해서 미래를 희생할 것이냐, 미래를 위해서 지금을 희생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당장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사는 쪽을 택했다.
내가 요즘 배우고 있는 것이 있다. 예전 처럼 당장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대신, 나중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당장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미래를 희생해왔다. 결국 미래에 도달한 지금, 비록 후회는 남지 않지만, 얻은 것이 없다. 보람이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보람'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얻기 위해서는 대단히 긴 시간이 필요한 보람. 나는 미래의 인생을 위해 지금을 버퍼링하는 것이다.
사진: 각축의 인생 http://100.naver.com/image.php?id=22759&cid=AD1057742420807&adflag=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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