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사진 - 블루머. 확실히 블루머와 부르마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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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족가족을 읽다가 맨 앞에 부르마 얘기가 나오길래.
예전에 건국대학교 리눅스동아리 창립위원으로 있으면서, 동아리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했다. KKLUG(건국 리눅스 유저 그룹) 식으로 흔하게 영어 약자로 짓는 방법도 있었지만, 워낙에 평범한걸 싫어하는 본인의 성격상 용납할 수 없었다. 뭐니뭐니해도 동아리명은 키워드여야해. 전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독창성을 가져야 하지. 마치 작도처럼.
그래서 나온 이름이 반바지였다. 마치 레드햇 자바 쿠키 처럼 반 정도는 별 뜻없이 지어진 이름이다. 리눅스는 자유롭고 편한거니까, 자유롭고 편한 반바지라는 거지. 그래서 한창 동아리명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때 악마의 파트너 1권을 보게 되었다. 당시 나는 siva님의 열렬한 팬으로, 그분이 번역한 거라면 눈이 헷가닥 뒤집혀서 뭐든 보곤 했다. 그래서 보게 된 악마의 파트너를 보니..
무슨 놈의 1권부터 내가 열심히 지어놓은 반바지라는 단어가 무진장 많이 나오는 것이다.
그 반바지는 부르마의 번역으로, 내용인즉슨 한 교사가 부르마를 하도 좋아해서 별명이 부르마다보니 계속 부르마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부르마라고 하면 잘 모를 것 같기에 비슷한 개념인 반바지라고 번역한 것인데...
참 묘했다. 동아리 이름이랑 똑같을 줄이야.. 아니 거기다가 반바지에 그렇게 응흥흥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역시..(납득하지마..)
그런데 마침 신족가족을 읽는데, 악마의 파트너처럼 1권 맨 앞부터 부르마를 소재로 주구장창 떠드는거야. 무슨 징크스라도 있는 건가. 다른 점이 있다면 siva님은 부르마를 반바지로 번역한 반면, JH님은 부르마를 부르마 그대로 썼다는 거지.
부르마란, 블루머(bloomer)의 일본식 표현으로, 솔직히 블루머와 부르마는 다르긴 다르다. 블루머야 "여자도 남자처럼 다닐 권리가 있다"는 여성인권운동의 입장에서 입기 시작한 바지지만, 일본의 부르마는 이미 그런 수위를 훌쩍 뛰어넘었달까. 오로지 여학생만 입는 체육복으로 그 나이대의 상징성을 획득했달까. 이미 실제 세계에서는 거진 없어진 모양이지만 여전히 만화나 이런 소설 쪽에서는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소재. 특히 아즈망가의 키무린(..) 선생의 경우, 이 캐릭터는 뭐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갖다 쓰는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르마를 반바지로 번역하는건 솔직히, siva님의 평소 번역 스타일과도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십이국기 번역할 때만 해도, 사마라던가 상이라던가 그런건 어감을 살린다면서 그대로 썼잖아요. 그런데 이제와서 부르마는 왜 그 어감을 안 살리는거에요. JH님도 부르마로 번역하잖아요. 뭐 이미 활동을 중단한 분께 무슨 실례인가 생각도 들지만.
그래서 결론. 번역에 대한 나의 입장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입장과 동일하다. 그런 면에서 모든 번역은 그 문화에 맞게 의역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부르마 정도야 간단한 주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부르마가 우리나라에 아예 없는 것이기도 하니, 부르마는 부르마로 번역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간혹 부르마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해서 원래 영어단어로 블루머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 그것도 아니야. 부르마, 블루머, 반바지. 전부 다른 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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